갈등은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난다.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 중에는 ‘나에게 불편하거나 불만인 상황’에서 일어난다. 직장에서 예상보다 많은 급여를 주고, 칭찬을 자주 할 때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열심히 일했지만, 상사가 너무 게으르다고 야단치거나 이익이 많이 났지만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직원들은 불만을 드러내게 된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서 불이익을 당할 때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갈등의 이런 속성을 고려할 때 취업보다는 퇴직으로 인해 갈등이 더 많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원하지 않는 규모의 회사에 취업했더라도 취업 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지면서 취업 전 불편했던 상황이 사라진다. 이때 갈등도 함께 해소된다. 반면, 퇴직은 취업과 달리 ‘시간’ 빼고는 모든 것이 힘들어지고 불편해진다. 이로 인해 퇴직자는 다양한 갈등과 싸워야 할 수 있다.
퇴직 전과 퇴직 후의 차이 중에는 갈등 후 해결하는 과정이나 방법의 차이도 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배우자와 다투더라도 출근을 해야 해 잠시라도 두 사람 모두 냉각기를 가질 수 있었다. 잠깐이지만 이 시간에 갈등의 원인을 찾고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다. 갈등이 멈춘 이런 틈들은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퇴직 후에는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부부 싸움이 시작되면 끝까지 갈 수 있다. 부부 싸움을 해본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부부 싸움이 시작되면 감정이 고조되면서 상대를 이기는 것이 목적이 된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말처럼 상대를 이기기 위해 배우자에게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이럴 때는 서로의 아픈 부분을 철저하게 공격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공격을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고 한쪽이 항복 선언을 할 때까지 전쟁이 계속된다.
갈등으로 인한 다툼이 시작되면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을 믿는 사람도 있고, 실제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끝날 수도 있지만. 그런 결과는 운이 좋거나 임시로 봉합된 상태지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퇴직자는 퇴직 전보다 많아지는 것은 시간이다. 하지만 여유 시간이 많아진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이로 인해 갈등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자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일상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퇴직자가 직장에 출근할 때는 배우자가 퇴근 전까지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이 시간을 이용해 친구를 만나고 취미 활동도 할 수 있었다. 반면, 퇴직 후에는 퇴직자의 점심도 챙겨야 하고, 퇴직자만 두고 외출하기에는 눈치가 보였다. 퇴직자의 퇴직으로 인해 배우자는 자유로운 시간 사용이 불편해지면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때 퇴직자가 퇴직 후 가사 노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배우자의 입장에서 퇴직 전보다 오히려 가사 부담이 줄어 퇴직자의 존재 자체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서 퇴직으로 인한 갈등 요소는 줄어들 수 있다. 퇴직자의 선택에 따라 갈등이 늘 수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퇴직으로 인해 가족 갈등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 퇴직은 경제력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족들은 자신의 씀씀이에도 영향을 받는다. 학교에 적을 둔 학생이라면 용돈이 줄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분가한 자녀라도 부모의 노후 자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신들이 매월 일정 금액을 용돈으로 드려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급여라는 자원이 줄어들면서 가족 모두는 불편함을 느껴야 한다. 이로 인해 여러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럴 때 퇴직자의 퇴직 사유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족 모두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정년퇴직이 아니라 중도 퇴직이라면 가족이 퇴직자를 원망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무능력으로 인해 예상보다 일찍 직장을 그만두면서 가족에게 고통을 안겨줬다고 말한다면 퇴직자 또한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가족 사이의 갈등은 반드시 돈이 아니라 정서적인 문제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은 가족에 대한 질책이다. 퇴직자의 눈높이가 높을수록, 가족에 대한 기대가 높을수록 질책의 강도는 심해진다. 퇴직자의 질책을 포장한다면 ‘나처럼 능력이 부족하면 퇴직 후에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너희들도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더라도 질책을 직접 듣는 사람으로서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어쩌다 한 번이라는 질책은 충고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얼굴을 볼 때마다 하는 잔소리는 참기 어렵다. 만약 자녀가 불만이라도 드러내면 서로 큰 소리를 내면서 갈등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퇴직자가 겪는 갈등은 돈과 소통 방법이나 사람과의 관계가 주로 원인이 된다.
퇴직자는 집 밖에서도 갈등을 경험할 수 있다. 지인과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 ‘정치’를 소재로 대화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상대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비난하면 마치 자신이 비난을 듣는 것처럼 반응하면서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다툼은 응원하는 스포츠팀이 다를 때도 일어날 수 있다.
비용과 관련한 갈등도 일어날 수 있다. 퇴직자의 경제 사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럴 때 모임에서의 비용 부담은 공평하게 분담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 중에는 자기 돈을 아끼려는 사람이 있다. 어쩌다 한 번이라면 넘어갈 수 있지만, 모두가 여유가 없어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 있는 상황에서 이쪽 모임에서 아낀 돈으로 다른 모임에서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면서 비난하게 된다. 이때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취미 활동이나 커뮤니티에서도 갈등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자신보다 나이가 젊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갈등을 조심해야 한다. 퇴직 후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과 모임을 함께 할 때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반말하거나 지시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도 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반말하거나 뭔가를 시키면 불편해한다. 젊은 사람들은 나이 많은 퇴직자가 신입으로 오면 신입으로서 행동하기를 바란다. 이럴 때 후배라는 자신의 신분을 잊어버리고 선배에게 지시하거나 명령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퇴직자가 퇴직 전에는 돈으로 가정에 도움이 되었다면 퇴직 후에는 다른 방법으로 가족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청소하거나 요리 혹은 설거지를 하면서, 혹은 가족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이고 격려하려고 노력한다면 가족 갈등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모임에서도 나이가 많다고 대접을 받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다면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퇴직자가 시간이 지나도 겸손한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태도나 행동이 갈등을 예방하는 효과 높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