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느끼는 불안감은 정상이다

by 최환규

불안은 예상되는 스트레스나 위험 상황, 또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감정이다. 이는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대비하려는 심리적인 반응이다. 예를 들어,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불안을 느끼는 것은 이에 대한 대비를 촉구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불안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학습되기도 한다. 특정 상황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했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다른 사람을 보았다면 유사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더 쉽게 그리고 자주 느낄 수 있다. 직장인은 ‘회사 않은 전쟁터,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수시로 듣는다. 마찬가지로 퇴직한 선배가 퇴직 후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퇴직하면 고생이 기다린다’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될수록 퇴직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부정적인 사고방식도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사람은 위협적인 상황을 인식하면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만약 ~하면 어떡하지?’, ‘퇴직하면 힘들 거야’,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거야’와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들고, 심장 두근거림이나 식은땀 등 신체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런 신체 반응은 다시 ‘뭔가 잘못되고 있다’라는 생각을 강화해 불안의 악순환을 일으킨다. 특히,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두려워하는 ‘파국화 경향’은 불안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심리적 메커니즘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퇴직 후 새로운 취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거나 실수가 잦을 때 ‘역시 난 뭣해도 소용없어. 이 나이에 새로운 걸 배우는 건 불가능해. 남은 인생은 아무런 즐거움 없이 살게 될 거야.’라고 극단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습 곡선이나 초기 어려움은 당연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확대 해석해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다. 이는 무기력함을 느끼게 하고, ‘나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불안감을 유발한다.

불안감은 회피 행동을 강화한다.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이나 대상을 피하려는 회피 행동은 불안을 유지하게 만드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두려워 발표 기회를 계속 피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회피는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직접 맞서서 실제 위험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경험할 기회를 없앤다. 둘째, 회피를 통해 일시적으로 불안이 감소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불안한 상황은 피해야 한다’라는 잘못된 학습이 강화된다. 이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회피할수록 불안의 대상은 점점 더 넓어지고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퇴직을 앞둔 예비퇴직자가 ‘퇴직’을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경제적 안정성 상실’ 때문이다. 퇴직 후에는 고정적인 월급이 사라지고, 저축이나 연금 등으로 생활해야 한다. 예비퇴직자들은 이 변화에 대해 ‘수입이 끊기면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다’, ‘준비된 자금이 부족할 것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가진 돈은 줄어들 것이다’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쉽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실제 재정 상황과 관계없이 심각한 경제적 불안감을 일으키며, 퇴직 후 가난하고 궁핍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수입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삶 자체가 위협받는다고 느끼게 하여 퇴직을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하게 한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의 영향으로 퇴직 후의 삶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서 적극적인 준비 대신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퇴직 후를 대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불안감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지만, 퇴직이라는 큰 삶의 변화를 앞두거나 겪는 과정에서 적절한 수준의 불안은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불안이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도록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안의 긍정적인 효과는 변화에 대한 경각심과 대비 태세를 촉진한다. 퇴직자는 퇴직 후 겪게 될 수 있는 경제적 문제, 외로움, 무기력 등 여러 어려움에 대한 불안감은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경각심을 갖게 만든다. 이는 막연히 쉬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퇴직 후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촉진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불안감을 느낀 예비퇴직자가 연금 계획을 다시 점검하거나, 퇴직금 운용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 등 적극적으로 재무 설계를 시작하게 된다. 사회적 고립에 대한 불안을 느낀 퇴직자는 새로운 취미 활동 모임에 가입하거나, 지역 사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새롭게 형성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불안감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사회적 지지망을 활용하도록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 퇴직자가 퇴직 후 심한 불안과 무기력감을 느낄 때 혼자 고민하는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게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여 정서적인 지지를 받거나, 필요하다면 심리 상담, 전직 지원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될 수 있다. 이처럼 퇴직자가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감을 느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이때의 불안감은 퇴직자의 심리적인 부담을 줄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자원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변화를 경험할 때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회피를 할 수도 있고, 불안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준비를 할 수도 있다. 불안을 느낄 때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많은 사람은 직장생활 동안 회사의 목표나 사회적인 기대에 맞춰 살아왔다. 퇴직 후 직장에서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느끼는 불안감은 그동안 자신이 추구해 왔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맞는 것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일했을까?’,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퇴직 후에도 여전히 중요한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된다. 이런 질문들은 피상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억압했거나 잊고 지냈던 자신의 진짜 욕구, 관심사, 재능 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성찰의 과정에서 자신이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경제적 안정만큼이나 사람들과의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나는 단순히 쉬는 것보다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구나’와 같이 자신의 내면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자신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목표가 무엇인지 알 가능성이 커진다. ‘나는 퇴직 후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어떤 활동이 나에게 기쁨과 성취감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미루어두었던 것은 무엇일까?’ 등을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은 퇴직 후의 삶에서 추구할 수 있는 재취업, 창업, 취미 활동, 봉사활동이나 학습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작은 목표부터 설정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목표를 찾는 과정은 막막하고 더 큰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이때 불안감은 ‘무언가라도 시도해야 한다’라는 최소한의 동기를 자극하는 촉진제이다. 큰 목표가 어렵고 실현 가능성이 적다면 작고 구체적인 목표부터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매일 30분씩 산책하기’, ‘관심 있는 분야의 책 한 달에 한 권 읽기’, ‘오래된 친구에게 연락하기’와 같은 작은 목표라도 달성하면 불안감을 완화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작은 성공 경험들은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강화하며, 더 큰 새로운 목표에 도전할 용기를 준다.


퇴직 후 불안감은 불편하다. 만약 불안감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며 그 근원을 탐색한다면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설정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는 퇴직 후의 삶을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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