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가 감당해야 하는 두 가지 외로움

by 최환규

직장인과 퇴직자 사이에 가장 큰 변화 중에는 ‘주변 사람의 수’가 있다. 직장생활 동안에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업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부터 진상 고객처럼 직장생활에 회의하게 만드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과 교류해야 한다. 이럴 때마다 ‘혼자 있고 싶다’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다.


직장인은 퇴직하는 순간부터 오랫동안 바랬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퇴직 초기에는 전화번호부에 저장해 둔 번호의 사람들과 전화나 문자로 교류를 하면서 퇴직했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심한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과의 교류는 줄어든다. 전화나 문자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하려고 해도 잘 지내고 있어?’라는 문자를 적고 나면 전하고 싶은 다른 메시지가 생각나지 않는다. 매번 같은 말이나 메시지가 반복되기 때문에 보내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한다. 이렇게 망설임이 계속되면서 상대와의 교류가 단절되면서 퇴직자의 외로움은 심해지게 된다.


퇴직자 중에 퇴직 후 ‘외로움’에 대한 준비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 퇴직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견디기 어려움이 외로움인데도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거나 준비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외로움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부모의 돌봄을 받는다. 가족의 돌봄을 받으면서 학교에 들어가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취업하면 선배나 동료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후 퇴직을 한다. 퇴직하기 직전까지 ‘왕따’ 경험이 없다면 혼자서 시간을 보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퇴직 후 혼자가 되면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다.


퇴직자가 퇴직 후 두 가지 종류의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하나는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사람의 수가 적은 물리적 외로움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 외로움으로 사회적 관계의 질적 부족으로 인한 외로움이다.


퇴직자의 물리적 외로움


물리적 외로움은 주로 환경적·상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물리적 외로움은 물리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적거나 단절된 상태로 인해 느끼는 외로움이다. 주변에 사람이 없거나 사회적 활동의 기회가 제한될 때 발생한다. 많은 사람이 자주 듣은 ‘무인도에 불시착하여 혼자 남겨진 생존자가 느끼는 외로움’이 물리적 외로움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새로운 도시로 이사 와서 아는 사람이 전혀 없을 때’, ‘홀로 사는 노인이 가족이나 친구와의 교류가 거의 없을 때’,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워 사회적 활동이 제한될 때’나 ‘재택근무로 인해 동료들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때’ 물리적 외로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재택근무의 경우 출퇴근 시간도 없고 남 눈치 없이 편하게 일할 수 있어 많은 직장인이 선호하고 있지만, 동료와의 소통이 줄어들면서 외로움이 커진다고 호소하는 직장인도 있다.


퇴직은 퇴직자에게 물리적 외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다. 퇴직은 매일 출근하여 동료들과 만나고 대화하던 일상적인 사회적 접촉을 사라지게 만들어 일상생활에서의 대화 빈도와 관계망의 크기를 줄어들게 한다. 직장이라는 활동 공간이 없어지면서 외부 활동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서 물리적 고립감을 높여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퇴직자의 심리적 외로움


외로움이란 단어를 듣는 사람은 대부분 ‘물리적 외로움’을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학창 시절이나 직장생활 동안에는 ‘왕따’를 당하지 않은 한 심리적 외로움을 경험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퇴직자에게 큰 고통을 주는 외로움은 물리적 외로움이 아니라 심리적 외로움이다. 심리적 외로움은 개인이 원하는 관계의 깊이나 의미 그리고 실제로 경험하는 관계 사이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아무리 많은 사람과 교류하더라도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심리적 외로움을 경험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진정한 친밀감의 부족 때문이다. 사회적 접촉이 많더라도 그 관계들이 피상적이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 동호회 회원, SNS 친구 등은 많지만, 자신의 깊은 생각이나 감정, 취약한 부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진정한 관계’가 없을 때 심리적 외로움을 느낀다.


또한, 어려움을 겪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거나 감정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외로움이 커진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단절되어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둘째,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할 때다. 퇴직자가 주변 사람으로부터 자기 생각, 가치관, 경험 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심리적으로 외로움을 경험한다. 이럴 때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아’라는 생각에 서운함으로 이어지면서 고립감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이나 내밀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면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셋째, 관계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 때문이다. 완벽하고 이상적인 관계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으면 실제 인간관계의 불완전함과 한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실망하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관계가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특히, SNS의 발달로 다른 사람의 ‘화려한 일상’과 자신의 평범한 일상과 비교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남들은 모두 행복하고 완벽한 관계를 맺고 있고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더욱더 외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넷째, 사회적 기술 부족 때문이다. 자기 감정이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 깊은 상호작용이 어려워진다. 이런 태도는 관계의 질을 떨어뜨려 외로움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관계를 시작하는 것은 가능해도 갈등을 해결하거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관계가 피상적으로 머물게 되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사회적 접촉이 많더라도 심리적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관계의 양보다는 질, 즉, 진정한 연결감, 이해, 공감 그리고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만족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내면의 깊은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양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관계의 질을 높이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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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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