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외로움과 심리적 외로움은 독립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고립되면 깊은 관계를 맺을 기회가 줄어들어 심리적 외로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심리적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로 인해 스스로 사회적 활동을 피하게 되어 물리적인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1) 물리적 외로움
물리적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사회적 활동을 늘리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첫째,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나 함께 하는 활동을 늘린다. 식사 시간이나 주말 나들이 등을 통해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가족과는 즉각적이고 안정적인 교류가 가능하다. 가족은 대부분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거나 연락하기 가장 쉬운 대상이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드는 노력이나 부담 없이도 즉시 사회적 접촉을 시작할 수 있다. 함께 식사하거나, 집안일을 나누거나, 거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일상적인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상호작용할 기회가 많다. 이런 소소한 접촉들이 물리적 외로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가족은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가장 안전하고 기본적인 관계망이다. 자신이 가족에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인식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이런 인식은 물리적 외로움으로 인한 불안감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가족이 모든 외로움을 채워줄 수 없다. 퇴직 등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된 상황에서 가족이 자신의 모든 외로움과 공허함을 채워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가족 구성원 각자도 자신의 삶과 역할이 있기 때문에 퇴직자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배우자나 자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모든 활동을 함께 하려 하면 가족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가족 관계를 피로하게 만들어 퇴직자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
둘째, 기존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 친척이나 전 직장 동료 등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다. 짧은 안부 메시지나 전화 한 통이 관계를 다시 활성화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등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하여 꾸준한 사회적 접촉을 유지하는 것도 효과가 높은 방법이다.
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은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음에도 기대했던 만큼의 관계 진전이 없거나 상대로부터 무관심 또는 거절당할 수 있다. 반복적인 거절 경험은 새로운 관계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높여 관계 강화를 위한 여러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물리적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만남의 양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면 관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많은 사람과 어울리지만, 여전히 자신의 깊은 내면을 공유할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이럴 때 물리적 외로움은 해소될 수 있어도 심리적 외로움은 여전히 남아있거나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셋째, 적극적인 태도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이 먼저 대화를 시작하거나 모임에 참여하는 등 주도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때 처음부터 깊은 관계를 기대하기보다는 가벼운 인사나 짧은 대화, 짧은 만남부터 시작하여 점차 관계의 폭과 깊이를 넓혀나간다. 새로운 관계를 시도하다 보면 거절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지하고 한두 번의 거절에 낙담하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많은 사람과 교류하거나 관계 유지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다 보면 심리적, 육체적 소진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거나 필요 이상으로 맞춰주다 보면 관계의 진정성이 떨어지면서 자신도 지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관계 자체가 즐거움이 아닌 부담감으로 다가와 오히려 스트레스를 높일 수 있다.
(2) 심리적 외로움
퇴직자의 심리적 외로움은 단순히 사회적 접촉의 양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 상실, 삶의 목적 부재, 사회적 인정의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관계의 질적 향상이다. 물리적 접촉의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관계의 깊이와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와의 건강한 관계는 건강한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대와 관계를 맺을 때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욕구를 충족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와 취미 활동을 원한다면 같은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로부터 취미 활동이라는 욕구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와의 관계는 유지되기 어렵다.
또한, 자신이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떤 패턴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반복되는 문제점이나 자신의 애착 유형(예: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등)을 이해하여 건강하지 못한 관계 패턴을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신의 강점은 관계에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 약점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파악하고 개선하려 노력할 때 상대와의 관계에서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정서적 지지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정서적 지지기반’이란 개인이 필요할 때 이해, 공감, 격려, 위로 등을 받을 수 있는 관계망을 의미한다. 정서적 지지기반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해 주는 사람들을 포함하는데 가족이 지지기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가족이나 지인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받는 ‘나는 이해받고 있다’ 혹은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은 심리적 외로움의 핵심인 ‘단절감’을 직접적으로 해소해 준다.
정서적 지지기반은 판단이나 비난 없이 자신의 취약한 감정이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개인은 안전한 공간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 상대와 깊은 연결감으로 이어지면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서적 지지기반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관계망 안에서 자신이 중요한 구성원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소속감 욕구를 충족시켜 심리적 외로움을 완화한다.
셋째, 내면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 심리적 외로움은 내면의 상태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내면의 힘’이란 주로 자존감, 자기 이해, 감정 조절 능력, 회복 탄력성 그리고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 가치감을 의미한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존중받을 가능성이 크다. 내면이 건강한 사람은 피상적인 관계보다는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깊은 관계를 자연스럽게 추구하고 형성할 수 있다.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면의 힘이 강하면 다른 사람의 요구에 무조건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표현하며, 불필요한 관계에서 오는 소진을 막을 수 있다.
심리적 외로움은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관심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는 경향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내면의 힘을 강화하면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나 관계만으로 행복을 찾으려 하기보다 스스로 내면에서 만족감과 평온함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런 능력은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것을 넘어 즐기고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거절당하거나 실망하는 경험은 피할 수 없다. 내면의 힘이 약하면 거절 경험을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증거로 받아들여 더욱 위축된다. 그러나 내면의 힘이 강하면 거절을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달랐다’ 혹은 ‘새로운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여 빠르게 회복하고 다시 시도하는 힘을 갖는다. 관계에서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자신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대신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 데 집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