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새로운 취미 활동이 어려운 이유는?

by 최환규

직장은 단순히 생계 수단만이 아니다. 직장은 개인에게 사회적 역할, 소속감, 성취감, 그리고 ‘유능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제공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일 중심 문화에서는 직업이 개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일 중심 문화에서는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가 직업, 직위, 업무 성과에 강하게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 퇴직은 직장인이라는 핵심적인 정체성이 사라지는 경험으로 ‘나는 누구인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만든다. 오랜 시간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왔기에 ‘쉬거나 노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효율성과 생산성은 직장에서 중요한 가치였다. 모든 활동이 목표 달성과 성과로 이어지는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거나 생산적이지 않다고 느껴지는 취미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낭비’로 여기는 경향도 있었다. 취미는 낭비라는 인식으로 인해 취미에 몰입하거나 진정으로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웠고, 자기 계발과 같은 ‘유용하고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오랜 시간 일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달려온 사람은 일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흥미나 열정을 탐색하고 취미로 발전시킬 기회가 부족했다. 어떤 활동이 자신에게 맞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은 취미 활동 시작의 큰 장애물이다. ‘은퇴 후 평범한 일상이 취미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 자체가 이러한 경험 부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직장에서 전문가로서 인정받던 사람은 새로운 분야에서 ‘초보’가 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취미 활동은 숙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초기에는 누구나 실수가 잦을 수 있다. 하지만 빨리 숙달되지 못하거나 잦은 실수에 대해 자신의 능력 부족함으로 확대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빨리 숙달되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무능력 탓으로 돌려 스스로 자책하면서 취미 활동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역시 나는 무능력한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낙인찍을 가능성도 있다.

오랫동안 ‘일이 곧 가치’라는 인식으로 살아왔다면 취미 활동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취미 활동을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에서의 생산성이 외부적인 결과물이었다면 퇴직 후 취미 활동에서의 생산성은 자기 내면의 성장, 행복, 관계의 질 향상 등 무형적인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 취미 활동이 당장 돈을 벌어다 주거나 외부의 인정을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자신에게 주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가장 큰 가치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퇴직 후에는 목적 없이 보내는 시간에 대한 불안감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 아무런 기대 없이 그 순간을 즐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취미 활동은 돈, 명예, 성과와 같은 외적인 보상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활동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마음가짐 또는 ‘이 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라는 인식을 의식적으로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며 ‘초보 단계에서 오는 서투름’을 부끄러워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활동 그 자체의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 완벽한 결과물보다는 몰입하는 과정에서 얻는 평온함과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 동안 항상 가졌던 ‘빠르게,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해내야 한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취미 활동을 통해 느리게 진행되는 과정 자체에서 오는 평온함을 느끼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산책할 때 단순히 걷는 운동량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 풍경, 바람 소리, 햇볕의 따뜻함을 오롯이 느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여유로움을 갖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수고한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다.


취미 활동을 할 때는 ‘잘하기’보다는 ‘즐기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새로운 취미를 배울 때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잘못해도 괜찮다’, ‘서툴러도 즐거우면 된다’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어제보다 나아진 나 자신의 모습이나 그저 활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에 가치를 둔다.

여러 활동들을 시도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취미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글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고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글쓰기, 요가,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탐색하고 정보 수집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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