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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여사 Jul 03. 2023

닦기 변태의 휴일 보내는 법

보송 반짝이는 욕실의 행복

주말마다 일이 많았던 6월이 지나고 7월 첫 주말.

남편과 둘째는 수영장, 첫 째는 독서실에 가고 나 혼자 남았다.

날이 더웠지만 장마가 지난 욕실에는 보이지 않는 꿉꿉함이 남아 있는 것 같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꼈지만 바람이 분다.

욕실 청소하기 딱 좋은 시간.


세면대 주위는 건식, 욕실 주변은 습식인 우리 집 욕실은 큰 창문이 두 개나 있어 볕도 잘 들고 환기도 잘 된다. 창문을 활짝 열고 욕조 주변 샤워용품을 벽에 부착된 바구니에 넣고, 창가에 먼지도 대충 털어낸다.

분리수거하려고 모아둔 플라스틱 통에 과탄산소다와 샴푸를 담고 적당히 뜨거운 물을 부어 잘 섞으면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면 청소 시작.


수전과 세면대, 욕조와 유리 파티션, 벽과 바닥 타일까지 브러시와 수세미를 이용해서 꼼꼼히 닦는다.

예전에는 거울과 유리용 세제, 변기용 세제, 바닥용 세제를 각각 따로 썼지만 이제는 과탄산소다와 샴푸로 다 해결하니 훨씬 수월하다. 비데를 빼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비데와 변기사이를 닦는다고 여러 방법을 동원했는데, 그러다 오히려 비데 모터가 자주 고장 나는 바람에 정기점검 오신 기사님께 배운 대로 비데를 빼고 청소하니 훨씬 수월하고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게 되었다.

(변기 우측 버튼을 누르고 잡아 빼면 그냥 쑥 빠진다. 이걸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남은 과탄산소다 세제에 뜨거운 물을 좀 더 부어 거품을 내어 배수구에 천천히 흘러가도록 두면 배수구 청소까지 할 수 있어 여러모로 좋다.


이제 찬물 샤워로 닦아내면 끝이다.

욕실 주변은 습식이지만 세면대 쪽은 단차가 있는 건식이라 조심해야 한다.

천장에서부터 유리 파티션과 벽타일에 물을 뿌리며 잘 닦아낸다. 과탄산소다가 다 녹지 않아 벽이나 유리에 얼룩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수세미나 브러시로 뽀득하게 닦으며 헹궈야 한다. 과탄산소다로 청소할 때의 유일한 단점이랄까.

세면대는 작은 물컵으로 조심히 물을 부어가며 닦고, 변기와 배수구까지 닦아 내고 이제 스퀴저로 물을 닦아내기만 하면 된다.

아, 그전에 샤워부터 해야지.

땀에 젖은 몸을 시원하게 씻어 내고 스퀴저로 마무리하고 물이 튄 부분을 수건으로 닦으면 끝이다. 마지막으로 거울은 얼룩이 많지 않아 윈덱스로 마무리.

창문을 활짝 열고 바람이 부니 샤워 커튼이 살랑 거린다.

거실에 있던 디퓨저를 욕실로 옮겨 놓고 남은 물기가 마르기를 기다린다.




작은 화장실은 완전 건식이라 매트를 꺼내어 털고 바닥은 청소기로 먼지를 모은다.

세면대와 수전은 다 쓴 치약 남겨둔 걸 꺼내어 청소용 칫솔에 묻혀 골고루 닦아주고 물로 씻어 내면 반짝반짝 해 진다. 거울은 역시 윈덱스로 닦는 게 최고다.

화장실 매트 꺼낸 김에 온 집안 매트와 러그를 가져다 먼지 털고 과탄산소다 넣고 세탁기를 돌린다.

세탁이 끝난 매트 넣어 놓고 장마 지낸 세탁기 통살균 시작.


통살균이 끝낸 세탁기에 목 주변에 누렇게 때가 낀 아들내미 흰색 티셔츠와 수건들만 넣고 빨래를 돌린다. 깨끗한 통에서 빨래가 돌아가는 걸 보니 청소 마친 욕실에서 샤워하는 기분이랄까.

흰색 티셔츠는 빨래통에 넣기 전에 과탄산소다와 세제를 조금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미리 담가둔다. 한참 담가두었다가 세탁기로 빨면 진짜 하얗게 변하는데, 세탁기에서 꺼내 하얗게 된 옷을 볼 때의 그 짜릿함이란!

온 집안에 흰색 티셔츠를 모두 가져다 빨고 싶었지만,

이젠 쉬어야 할 시간.


날이 더워 쉬엄쉬엄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 무렵이다.

비빔면 두 개 끓이고 열무김치와 골뱅이까지 넣어 시원한 오미자 에이드와 함께 천천히 먹는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절대로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깨끗해진 집 안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점심을 먹고 나니, 이제 나른해진다.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와 낮잠을 청한다.





식구들이 돌아오고,

한바탕 씻고 난 욕실은 다시 엉망이 된다.

음...

그래도 엄마의 노고를 알기 때문에 나름 조심해 주는 걸로 만족해야지.

사실 우리 집 욕실은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평소에 깨끗한 편이지만, 과탄산소다로 청소 세제를 바꾸고 나서는 왠지 더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라 자꾸 하고 싶어 진다.


다음 주에는 냉장고를 닦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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