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
올해는 유독 표독스럽게 찾아왔구나.
무엇이 그리 미웠는지,
면도날을 흉내 낸
날이 선 종잇장은
표독스러운 가을에 힘입어
여린 잎사귀를 마구 베어 대는구나.
완벽하지 못한 모습에 한 번,
연민하는 마음에 한 번,
당찬 발걸음에 한 번,
능숙한 손에 한 번,
인자한 얼굴에 한 번...
옅은 상처 사이로 흘러나오는 생명수는
여린 잎사귀를 붉게 물들였구나.
면도날을 흉내 낸 종잇장아,
비웃지 말거라.
네가 낸 상처는 영광의 흔적이 되었노라.
상처 많은 잎사귀는 만국을 치유하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