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집중을]다시 만날 땐, 나의 어깨에 기대어요
제 1장.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지야
야 ○○이가 죽었데!
"야 ○○이가 죽었데!"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 너머로 들여오는 첫마디였다. 장난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분명 장난기가 하나도 없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가 거짓말일리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소식을 전해준 친구가 뭔가 착각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이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수십 번 통화를 시도하였지만 ○○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사인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중에 장례식장에 가서 가족에게 제대로 듣기도 하였지만, 이런 이상한 상황에 '자살'했다는 것을 눈치챘을 수 있었다.
미리 짐작이라도 했었던 것일까? 유독 그날 아침 따라 평소와 달리 옷을 여러 번 갈아입으며 신중하게 입을 옷을 골랐었다. 그리고 나의 최종선택은 검정 셔츠, 검정 슬랙스, 검정 단화였다. 복장은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나와 친구들은 각자의 일을 마치고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이는 먼 타지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장례식장까지 4~5시간 동안 이동을 해야 했다. 우리는 밤 11시가 조금 넘어서야 장례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장례식장에 도착하면 ○○이가 "지금까지 몰래카메라였습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다. 이게 나에게는 마지막 희망의 끈이었다. 하지만 이내 눈에 보이는 영정사진을 올려다보니 마지막 희망마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몇 번이고 다시 봐도 분명 ○○이가 확실했다.
사실 소식을 듣기 몇 달 전 우연히 기차역에서 ○○이를 만난 적이 있다. 큰 캐리어를 가지고 있길래 우리한테 말도 안 하고 여행을 가는 줄 알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먼 타지로 취업을 해서 떠난다는 것이다. 평상시 늘 연락하며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아무 말도 없이 취업을 해서 가다니, 조금 심상치 않음을 느꼈었다. 취업을 해서 간다기보다는 마치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어쨌든 취업을 했다고 하니 축하를 해주고 서로 갈길이 달라 다음에 만나기로 했었다.
솔직히 ○○이가 힘들어 보였기에 먼 거리에 생활했음에도 자주 만나기 위해서 몇 번의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전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약속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다 다른 친구의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말년 휴가를 나오면 다 같이 놀러 가기로 약속을 했고, 이번에는 꼭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심혈을 기울이며 단단히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일은 친구의 휴가 3주 전쯤에 터져버렸다. 어쩌면 우리와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말도 없이 떠났던 것은 아닐까? 지레짐작해 보기도 하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무 의미 없는 생각들인 것 같다.
다시 만날 땐, 나의 어깨에 기대어요
17년을 함께한 친구가 사고도 아니고 "자살"이라니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 충격 때문인지 3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이가 꿈에 나타나곤 한다. 사실 처음 1년간은 매주 2~4번씩이나 자주 꿈에 나왔던 것 같다. 꿈의 내용은 항상 같았다. 꿈인지 전혀 인지를 하지 못 한채, 평소처럼 ○○이와 잘 놀다가 갑자기 내 앞에서 갑자기 '자살'을 한다. 그리곤 나는 당혹감에 정신을 차리고 이게 꿈이었다는 사실을 먼저 깨닫고, 이어서 이 꿈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나는 이러한 꿈을 수백 번 이상을 반복해서 꾸었다. 즉, 나는 ○○이를 수백 번 이상 떠나보낸 것이다.
어쩌면 지금껏 나의 인생 중에서 가장 외로운 시기를 여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외로움 가운데서 홀로서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만날 때는 나의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또 다른 누군가가 와서 나의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홀로서기 위해서 모든 것을 회복하는 '집중'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