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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유 Aug 08. 2023

나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라는 태도만 있으면.

남편이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서 

요리를 준비하려고 분주히 움직이던 그때,

팬트리에서 필요한 재료를 찾기 위해 손을 뻗었다가 

무심코 손에 잡힌 소면 국수 봉지. 


국수 봉지를 치우고 그 아래쪽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고 하던 찰나.

소면 가닥들이 순식간에 바닥을 향해 와르르르......


"아 봉지가 열려있었구나"

지난번에 사용하고 잘 마무리해놓지 않았음을 자책해도 이미 상황은 끝나버린 뒤였다 




남편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식탁 위에 짠! 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을 준비하려고 동분서주 애쓰고 있던 내 몸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잠시동안 얼음이 되어 정지화면처럼 멈춰서 있었다.


하지만 곧 내 입에서 터져 나온 탄성 한마디!


"그래, 오히려 좋다! 오늘 메뉴는 소면이다!" 

요리고 뭐고 이왕에 이렇게 된 거 국수나 실컷 맛있게 삶아 먹으면 되지 뭐. 

속으로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귀가한 남편은 저녁 메뉴를 보고 

왜 갑자기 국수야? 라며 두 눈이 커졌지만 내가 앞 뒤 상황을 설명하고 대참사 사진을 보여주니

충분히 이해한다는 웃음을 지으며 내가 만든 잔치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그날 우리 집 저녁 식탁은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탄생되었고, 유쾌한 식사 시간이 저절로 만들어졌다.



"오히려 좋다"라는 마음은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음을 다스리기에 아주 좋은 삶의 태도가 된다. 

내가 계획했던 것이 어그러지게 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오히려 그 상황을 흔쾌히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자세는 

삶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어 준다. 



갑자기 약속이 깨졌을 때,

"오히려 좋아~ 다른 볼 일을 미뤄두고 있었는데 그걸 하면 되지"


갑자기 여름휴가 계획이 취소되었을 때, 

"오히려 좋아~ 치과 가려고 차일피일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번 휴가 때 치과치료나 차분히 받자" 


저녁 준비 다 해놓았는데 남편이 갑자기 회식 잡혔다고 늦게 들어올 때,

"오히려 좋아~조용히 혼자만의 저녁 시간을 오래간만에 즐겨보자" 


내가 원했던 대학, 원하는 학과에 떨어졌지만 지금 생각하니

"오히려 좋아~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그 과를 전공했다면 인생 고달플뻔 했네"




"오히려 좋아"마인드

돌발적인 화를 줄여주고, 삶을 유연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오늘 당신의 일상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이 마법 같은 문장을 되뇌어 보면 어떨까?



뭐든지

오히려 좋아! 




유용하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


"오히려 좋아"

차선책이 오히려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 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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