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라는 태도만 있으면.
남편이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서
요리를 준비하려고 분주히 움직이던 그때,
팬트리에서 필요한 재료를 찾기 위해 손을 뻗었다가
무심코 손에 잡힌 소면 국수 봉지.
국수 봉지를 치우고 그 아래쪽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고 하던 찰나.
소면 가닥들이 순식간에 바닥을 향해 와르르르......
"아 봉지가 열려있었구나"
지난번에 사용하고 잘 마무리해놓지 않았음을 자책해도 이미 상황은 끝나버린 뒤였다
남편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식탁 위에 짠! 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을 준비하려고 동분서주 애쓰고 있던 내 몸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잠시동안 얼음이 되어 정지화면처럼 멈춰서 있었다.
하지만 곧 내 입에서 터져 나온 탄성 한마디!
"그래, 오히려 좋다! 오늘 메뉴는 소면이다!"
요리고 뭐고 이왕에 이렇게 된 거 국수나 실컷 맛있게 삶아 먹으면 되지 뭐.
속으로 웃음이 피식 새어 나왔다.
귀가한 남편은 저녁 메뉴를 보고
왜 갑자기 국수야? 라며 두 눈이 커졌지만 내가 앞 뒤 상황을 설명하고 대참사 사진을 보여주니
충분히 이해한다는 웃음을 지으며 내가 만든 잔치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그날 우리 집 저녁 식탁은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탄생되었고, 유쾌한 식사 시간이 저절로 만들어졌다.
"오히려 좋다"라는 마음은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음을 다스리기에 아주 좋은 삶의 태도가 된다.
내가 계획했던 것이 어그러지게 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오히려 그 상황을 흔쾌히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자세는
삶을 더욱 유쾌하게 만들어 준다.
갑자기 약속이 깨졌을 때,
"오히려 좋아~ 다른 볼 일을 미뤄두고 있었는데 그걸 하면 되지"
갑자기 여름휴가 계획이 취소되었을 때,
"오히려 좋아~ 치과 가려고 차일피일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번 휴가 때 치과치료나 차분히 받자"
저녁 준비 다 해놓았는데 남편이 갑자기 회식 잡혔다고 늦게 들어올 때,
"오히려 좋아~조용히 혼자만의 저녁 시간을 오래간만에 즐겨보자"
내가 원했던 대학, 원하는 학과에 떨어졌지만 지금 생각하니
"오히려 좋아~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그 과를 전공했다면 인생 고달플뻔 했네"
"오히려 좋아"마인드는
돌발적인 화를 줄여주고, 삶을 유연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오늘 당신의 일상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이 마법 같은 문장을 되뇌어 보면 어떨까?
뭐든지
오히려 좋아!
유용하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
"오히려 좋아"
차선책이 오히려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 줄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