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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고로움

호불호가 없는 레몬청 담그기

by 바유

갑자기 레몬청을 담그게 된 이유


오랜만에 집들이 초대를 받았다.

3 커플이 함께 모여 하룻밤 그 집에서 자고 와야 하는데 빈손으로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뭔가를 사가지고 가자니 이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분이라 내가 사들고 가는 물건의 가치는 빛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레몬청을 담그기로 했다. 작고 소박하지만 나만의 정성이 들어간 것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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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낱개로 사면 비싸기 때문에 청과물 시장에 들러 레몬 한 박스를 구매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레몬청을 담그기 시작했다. 초대받은 하루 전날이나, 이틀 전에 미리 담그면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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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용기는 시간에 쫓겨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이소에서 저렴한 것을 구매했다. 예전에도 다이소에서 유리용기를 사봤었는데 가격이 저렴한 대신 밀폐력을 좀 떨어진다. 하지만 부담 없이 누군가에게 급하게 선물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레몬청을 완성한 다음 밀봉만 꼼꼼히 잘해주면 된다.



KakaoTalk_20230903_184502239.gif 열탕소독 하기


위생을 위해 유리 용기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하나하나 열탕 소독을 해주어야 한다.

용기를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바로 담그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에 냄비 바닥에 거즈를 먼저 깔고 그 위에 거꾸로 뒤집어 서서히 함께 끓이면 파손 위험 없이 열탕소독을 잘할 수 있다.




수고롭지만 3단계의 세척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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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계 : 베이킹 소다를 사용하여 레몬을 뽀득뽀득 흐르는 물에 잘 닦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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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계 : 굵은소금을 뿌린 뒤 소금과 함께 흐르는 물에 빡빡 잘 닦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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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단계 : 펄펄 끓는 물에 레몬을 담그고 잔여 왁스가 떨어져 나가도록 잘 소독한 다음 건져준다.


일단 여기까지 하면 살짝 피로감이 찾아오고 몸이 지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작업은 이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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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레몬을 앞 뒤의 꽁지를 떼어내고 몸통 부분을 적당한 크기로 잘 잘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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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에 박혀 있는 씨앗들을 포크로 모두 골라내어 주어야 한다. 안 그러면 레몬청에서 쓴 맛이 나기 때문에 조금 번거롭더라도 씨를 제거하는 이 과정은 중요하다. 여기서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된다. 뭐든 정성이 들어가야 맛이 있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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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건강상의 이유로 흰 설탕을 꺼려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선물을 할 때는 꿀로 청을 담가서 주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다. 꿀을 한꺼번에 다 부어버리면 용기 밖으로 넘칠 수도 있기 때문에 천천히 부어서 레몬이 모두 잘 잠기게끔 채워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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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용 레몬청을 담그면서 우리 집 냉장고에도 쟁여두고 먹을 레몬청도 함께 만들었다.

이렇게 완성해 놓고 나니 굉장히 큰 일을 해낸 듯이 뿌듯하고 행복감이 밀려들어온다.

마치 두둑한 통장 잔고를 바라보듯 마음이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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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업이 다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맥주 한 캔을 땄다. 수고한 나를 위한 위로주.

남아 있는 레몬 한 개를 맥주에 퐁당 빠트려 먹으니 레몬의 상큼함이 더해져 피로감을 일순간에 스르륵 녹여준다. 크으.... 이런 게 행복이다.



선물은 받는 마음보다 준비해서 주는 마음이 더 행복하다. 돈만 주면 얼마든지 좋은 상품들을 사서 줄 수도 있지만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을 때 청을 담가주는 방법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자신만의 정성과 감성이 가미된 것은 조금 어설프고 서툴더라도 진심이 느껴지며 더욱 따뜻한 선물이 된다.

레몬청은 만들기도 어렵지 않고 복잡한 레시피도 없다. 레몬을 청결하게 잘 세척하는 것에만 신경을 조금 써주면 된다. 이번 모임에 각 가정마다 한 병씩 잘 밀봉해서 포장해 가지고 가니 모두들 감탄과 감동을 하며 많이 좋아해 주었다. 선물 받는 사람의 표정이 진심으로 행복해 보일 때 선물을 준비한 사람은 그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하고 기쁘다.





유용하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


정성이 가미된 선물 주기

돈 주고 쉽게 살 수 있는 것들은 참 많다.

하지만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약간의 정성의 들어간 선물을 준비해서 줄 때 상대방은 매우 감동한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 그건 바로 정성이다.

내가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나 자신을 더욱 감동시킨다.




https://youtu.be/ORVIGMKPhUE?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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