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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Jan 18. 2024

자극과 무자극 사이의 줄타기

오늘도 기록을 남기고 싶습니다

그의 신간이 세상에 나왔다


배달의민족 마케터로 유명한 이승희 작가가 새로운 도서를 출간했다. 이번 신간의 제목은 <질문 있는 사람>이다. '나를 바꾼 건 답이 아닌 꾸준한 질문이었다'라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또렷하게 나타낸다. 이 책에는 그가 수집한 100가지의 질문이 담겨 있고, 실제로 그가 답을 남긴 질문은 90여 개 정도가 된다.


책의 서론 부분에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질문에 대한 답을 남기는 것이 처음에는 두려웠다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답은 분명 바뀔 텐데 이것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잡아둬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일었다고 했다. 기록을 남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두려움이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어딘가에 기록된 글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무언가를 기록할 때 자주 머뭇거린다. 그의 말처럼 시간이 흐르면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 바뀌고 말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생각은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나도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답은 바뀌더라도,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일은 멈추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30일의 질문챌린지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30일이 지난 후,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아도 좋고, 무언가의 깨달음이 있어도 좋을 일이다. 





자극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에게 자극 없는 30일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자극'이라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의 답을 우선 찾아야 할 것 같다. '자극 없는 30일'이라는 전제 속에서 자극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일단 자극의 사전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자극은 감각, 감정 또는 행동을 유발하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물리적, 화학적, 또는 심리적일 수 있다.


실제로 자극 없는 30일을 보내기 위해서는 오감이 차단된 공간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빛, 냄새, 맛, 기억 등이 모두 자극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모든 자극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질문의 '자극 없는'이라는 전제는 이러한 폐쇄적인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의 자극은 도파민 중독을 유발하는 것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틱톡, 쇼츠, 릴스 등으로 대표되는 숏폼 영상 플랫폼의 자극적인 콘텐츠, 게임, 쇼핑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러한 자극으로부터 30일간의 자유를 얻는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게 될까? 무엇을 하고 싶을까?


꾸준하게 기록을 남기는 일


유튜브, 인스타그램은 도파민 중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쇼츠와 릴스는 보통 1분 내외의 길이로 제작이 되는데, 중독성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엄지를 몇 번 움직이다 보면 몇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그렇게 밤이 되고 날이 밝아오는 것을 목도한 경험을 누구나 한 번씩은 해 보았을 것이다. 60초 영상의 바닷속에서 우리는 자주 길을 잃고, 시간의 감각을 도난당한다.


스크롤을 무한히 반복하며 시간을 내던진다. 엄지의 바쁜 움직임을 통해 인식한 것들 중에 겨우 몇 가지의 감각을 손에 거머쥔다. 하지만 무언가를 쥐었다는 감각이 손바닥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절반은 곧 자취를 감추고 만다. 결국 내게 남은 건 손의 뻐근한 통증과 자책감이 전부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자극 없는 30일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내가 가장 우선하고 싶은 일은 여전히 콘텐츠를 만들고 기록을 남기는 일이었다. 넉넉한 시간을 얻은 김에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장문의 글을 써도 좋고,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짧은 영상을 제작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기록이란 건 본디 자극과 무자극 그 사이에서 부지런히 줄을 타야만 지속할 수 있는 일이다. 적절한 자극이 있어야 기록의 영감을 얻고, 또 자극이 일부 차단된 시간이 있어야만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나의 기록이 얼마나 큰 반응을 얻느냐도 중요하고, 그것이 타인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는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은 결과보단 그 과정이 좋다. 내 마음속에 어지러이 얽혀 있는 생각들이 종이와 화면 위에 차분히 내려앉을 때 삶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경험을 한다. 그러니 적절한 자극을 수용하고, 이를 동력으로 오늘도 꾸준히 기록을 남길 것. 그렇게 멋진 기록이 아니라, 나다운 기록을 하나씩 남겨가며 산다면 그것이야 말로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그렇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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