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로 Jan 23. 2024

내가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것만은 큰 욕심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나는 누구에게 필요한 사람일까?


막막하다. 태어나 한 번도 생각을 해 본 적 없는 주제다. 답을 찾기 위해서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 건지, 어떤 물음을 먼저 던져야만 하는 건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았다. 나는 정말 누구에게 필요한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참 많이도 만들어왔는데, 내가 누구에게 필요한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고민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니 웃긴 일이다.


기록을 남기는 일부터 차근차근 돌아보자. 내가 남기는 기록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그들에게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 기록이 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하는 걸까? 내가 꼭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어야만 하는 걸까?



내가 도움을 받은 삶들을 생각한다


도움이란 건 주고 싶다고 줄 수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도움은 종종 그것을 주고자 하는 자들이 아닌, 그저 자신의 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자들의 일상을 통해 건네져 왔다. 내가 힘들었을 때 내게 위로를 주었던 것들은 보통 타인의 일상이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것을 거쳐온 사람들이 남긴 일상의 기록 속에 보물 같은 위로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 속에는 멋진 문장도, 화려한 재기도 없었다. 그들 중의 대부분은 사회가 정해둔 성공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삶을 살았고, 이전보다 자주 실패하는 하루를 살았다. 달랐던 건 딱 하나였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응원과 용기를 나는 그들의 삶 속에서 자주 얻어내곤 했다.



모두에겐 자신의 시간대가 있다는 응원이, 안 좋은 일 뒤에는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이 그들의 삶에 있었다. 그들처럼 일상에서 자주 실패해 봐야겠다고, 그러니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두 그들 덕분이었다.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먼저 실패를 해 본 모두가 나의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니까.


내가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내가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감정을 누구보다 일찍 알아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왜 힘이 든 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내가 나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나라는 작은 확신으로 보란 듯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내 이름으로 책도 내고,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싶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내려면 아무것도 아닌 나도 괜찮아야 하니까. 나라는 사람을 아무도 몰라줘도, 적어도 나 하나는 알아줘야 하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이전에, 내가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전 04화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