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이런 것
홍진경 님의 인터뷰에서 이런 문장을 들었다. 이거다 싶었다. 행복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는 문장이 있을까? 중용의 맛이다. 너무 짜지도, 달지도, 맵지도,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맛이 없는 것은 또 아닌, 그런 적당함이 이 문장에 있었다.
행복이란 자려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것
행복이라는 녀석은 따로 정의를 해 두지 않으면 어둠 깊은 곳으로 숨어 자신을 꽁꽁 숨겨버리고 만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이름을 붙여주고 보살펴줘야만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오늘은 행복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행복은 무언가를 이룬 뒤에야만 얻게 되는 상품 같은 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가장 불행한 때는 바로 그때였던 것 같다. 행복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늘 그는 자신의 모습을 꽁꽁 감춰 얼굴을 보여주질 않았다. 행복하기 위해 하는 모든 일이 내 발목을 잡았다.
'조금만 더'를 되뇌면서 앞으로 나아갈수록 행복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 곁에 남은 건 즐거운 기억이 아닌, 허덕이는 나를 바삐 채찍질했던 절망의 나날들 뿐이었다.
행복에 대한 집착을 버리기로 했다. 행복을 생각하면 할수록 어째 불행만 내 친구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행복을 버리기로 했다.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내가 가끔, 어쩌면 제법 자주 불행하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자 괜찮은 날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행복은 내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 되었다.
남들보다 성장이 더뎌도,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내가 지금 괜찮지 않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행복에 대한 지표는 성과에서 일상의 반짝임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어느 하루는 날이 좋아서, 어느 하루는 홍차를 마시기에 좋을 정도로 비가 내려서, 또 다른 하루는 유튜브 영상에 댓글이 달려서, 또 어떤 하루는 마음에 남는 문장을 많이 수집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삶이 괜찮아서 행복했고, 괜찮지 않아도 행복했다. 행복이라는 건 일상에서 내가 발견해 내기 나름이라, 괜찮지 않을수록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부지런히 찾았다. 발견이 늘수록 우울감은 줄었고, 잘 살아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줄었다.
잘 살지 않아도 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만 알면 신은 우리에게 또 다른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 그가 내게 그리하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