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 편견과 성격차이

by 포인셋

며느리들은 결혼할 무렵이 되면 여기저기서 이런 시어머니도 있다더라 하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으면서 시어머니와 시댁이라는 존재에 미리서부터 벽을 치고 종국에는 결혼하기 싫어지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시어머니는 이럴 것이다, 숨은 뜻이 있을 것이다, 혹은 무조건 싫고 어렵다 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렸을 지도 모른다.


애초에 어른이 어렵고 여자들의 알력싸움이, 숨은 뜻을 간파해야 하는 것이 싫은 나는 때로 나 좋은대로 곰처럼 못들은 척, 여우처럼 이게 맞지 않냐며 남편에게 넌지시 운을 띄우는 일도 했을 것이다. 먼저 내게 묻긴 해도 그렇다고 제 생각에 아닌 걸 곧이 듣는 남자는 아니라서 본인 뜻대로 하는 경우가 꽤 많다.


나의 편견과 만행은 아마도 굵고 짧게 한 가지 - 대체로 나와 안 맞다 라고 생각해버린 일인 것 같다. 내가 들어가서 맞추는 입장이니 다르고 불편한 것은 당연히 내가 느낄 경우가 더 많았다.


내 시어머니의 살림과 절약 방식은 도시이고 새 아파트임에도 내 엄마보다는 할머니와 너무 닮아서 손이 많이 가거나 위생적으로 내심 싫은 것이 많았다. 그리고 빠르고 능숙하지도 못하시건만 내 방식도 별로이신듯, 내가 보기엔 물건의 위치마저 매번 다른 어수선한 데서 서로 조금 마음 상해 음식준비는 그다지 거들지 않고 있다. 어머니는 본인이 직접 해주고싶어 그런다 생각하시니 다행이다.


시어머니들이라고 해서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주변에서 요즘 며느리는 이렇다더라 하는 걸 많이 들으셨을테고, 아무리 나름대로 며느리의 의견을 묻고 예뻐해줄 수 있는 트인 생각을 가진 분이라도 은연중에 얘가 안 그랬는데 며느리가 아들을 조종했다 (새로운 삶의 국면인데 바뀌지 않고 어찌 살까요) 라고 믿거나, 무작정 이런 상황엔 어떠할 것이다 라고 미리 단정지어 버리는 상황들이 관계를 바르게 형성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더라.


우리 어머니도 날 예뻐하시는 줄만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결혼 초기부터 때때로 네가 명절에 늦게 가자 한 것 아니냐 하시기도 하고, 집에 뭔가 고장나거나 하면 뜬금없이 네가 그런 것 아니냐, 내 생활 습관에 쉽게 넌 이상하다는 소리도 하시곤 했으니 선입견이 있었던 것이며, 내 입장에서 조금쯤은 그 보여지는 좋은 시어머니의 모습이란 것에 의심 가는 것이 이치에 맞았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서는 임신 때 수없이 음식은 직접 해 먹이고 핸드폰 보이지 말아야 한단 얘기, 요즘 애들은 그런다는데 너 내가 싸준 거 버리기만 해봐라 라는 얘기, 내가 몇 번 잼이나 청은 그렇게 담그시면 안 된다 버리시라 얘기했더니 분하셨던지 내게 잼 속 곰팡이를 떠먹이신 일..


이렇게 선입견과 오해에서 시작해 작았다가 충격적인 일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하나씩 상처로 더해져 매 시간 우리가 나누는 기억은 더 많아지는 반면, 마음의 다른 한쪽 끝으론 더욱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마음이 힘들다면 내가 시어머니였다면 하고 생각해본다. 열 번 생각해도 아니라면, 입장차이가 아닌 성격차이거나, 인격적으로도 정상적인 대우를 받고 있지 않은 경우이겠다. 그러니까.. 후자는 듣자면 너무 답답하고 말로 절대 해결이 안 되는 것이어서 거의 논외로 치고 (정말 나는 이런 경우는 이혼을 담보로 싸우지 않는 한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그런 결혼을 한 당사자는 그런 마음을 먹기에는 나와 달리 너무 여린 마음을 가졌다.), 나는 성격차이가 크다.


시어머니로는 좋은 분. 힘들지 않게 해주려 하고, 챙겨주고, 자식마냥 예쁘다며 안아주던 분이다. 그리고 그런 것과 별개로 인간 대 인간이니 성격적으로 안 맞는다는 건 누가 와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그런 가까운 거리가 익숙치 않은 사람이고, 별 수 없이 사진에선 표정이 드러나버렸고, 간섭과 잔소리라곤 1도 듣지 않고 자란 방목된 내가 극성 엄마의 과한 애정과 챙김과 강요를 견딜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게 선물이다 라고 그 분이 언젠가 말씀하셨다. 나는 그것들이 선물로 느껴지지 않는다. 곤란하고 내 취향이 전혀 아닌 것이 많아 부담스러우면서도 그 생각해서 주는 마음에 죄책감이 든다는 게 두 번 싫다.


이런 건 나쁜 시어머니가 아니라 그냥 부부 간 싸움처럼, 친구 간 싸움처럼 누구나 인정해줄 수 있는 성격차이라고 해야하는거다. 남들에겐 시답잖은 고부갈등으로 묶여버리고 말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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