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사와 갈등의 책임

by 포인셋

좋은 건 당연하고 싫은 것만 말하는 건 감사할 줄 모르는거라고도 한다. 그런 얘길 하는 사람은 부모님께 감사하지 않아서 집에서 큰 소리 치고 싫다, 아니다 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본인이 부모에게 그렇듯, 나라는 사람도 감사한 건 감사한 거지만 그저 좋은 건 좋은 거, 싫은 건 싫은 거다. 인간관계에, 내 감정에 뭐가 그렇게 복잡한가.


내 부모에 대한 결핍과 분노의 표출도 이토록 많은데, 사회 어디서도 (사람 간의 갈등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내 개인적인 불만을 갖는 것조차 불손하게 여기는 경우는 고부갈등 말고는 보지 못했다. 사람의 감정은 한 가지가 아니고, 전체적으로 이 사람은 좋아 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싫고 다르고 나와는 안 맞는 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인정하기 싫겠지만) 상하관계로 만나 갑자기 공유하고 간섭받는 영역이 생긴다면 문제가 있는 게 당연한 상황인데 싫어해서도 안 된다 라는 건 그저 자신들은 선심 쓰듯이 '가족'이라고 말하면서 결국은 '남'이기 때문에 그런 소릴 듣기 싫어할 뿐이다. 이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고부갈등은 우주 멸망과도 함께할 것이다.


감사할 줄 모른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생색이다. 며느리는, 며느리의 부모는 그 정도의 인내와 인사치레를 하지 않는가. 여자 집에선 마땅히 지켜야 하는 도리가 남자 집에서 하면 생각해서 챙겨주는 것인가. 그것은 지금까지 쌍방의, 가족 모두가 서로 맞춰가야 할 문제였던 것을 며느리 혼자의 인내로써 평화로 지켜온 줄을 하나도 모른다는거다.




며느리가 세월에 따라 그나마 익숙해지는 건 물리적 공간과 씻고 자고 밥을 먹는 일상생활의 습관, 상황들 뿐이다. 나머지는 - 집안의 대소사에 대한 어른들의 의견은, 서로 다른 생활패턴은, 강요인 줄도 모르고 하는 소리들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내 부모라도 싸울 일이 있을 것이다. 시부모라서 싸우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나는 회사에서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쪽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어떤 면에서 회사보다도 더 힘들었단 얘기다.


회사에서 직장상사에게 불만을 갖는 일은 너무 당연하게 여기면서 고부갈등은 '잘 좀 지내지 도대체 왜들 그러나,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답답하다' 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본인이 싸움을 붙인 것은 아니어도, 본인으로 인해 형성된 가족관계에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불화가 생길 요소는 최대한 결혼 초기에 바로잡아야 맞다.


시어머니가 아들을 소유물이나 애인처럼 생각하는 상황, 종교와 개인의 일 또는 살림에 과하게 관여하는 상황, 경제적 상황에 관여하거나 무시하는 상황, 시도때도 없이 보자거나 연락하는 상황, 아이를 잘못되게 하는 엄마 취급하는 상황, 마치 하인인 양 부려먹는 상황 등, 들은 건 많기도 하다.


아니면 적어도 한 쪽에게 참으라 할 것이 아니라 대화든 싸움이든 틀어막지말고 풀 기회를 줘야한다. 한두 해 보고 말 게 아니기 때문이다. 틈틈이 풀어내는 이도 있겠지마는, 누군가는 영 마음에 못내켜 자기 속만 긁다가 한 번에 펑,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응어리가 질대로 져 케케묵은 이야기는 절대로 그냥 잊혀지지 않는 것이라 좋았던 마음조차 갉아먹고 변형되고 커져서 결국 모두를 망칠 것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불편하다고 본인의 일을 손 놓고 여태 배우자에게 미루기만 한 것이라면, 불만을 갖는데 할 말이 없어야 하는 것은 본인이 되는 것이다.


이전 04화행복한 결혼의 조건, 그리고 개인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