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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침 오늘 아침 Jun 18. 2023

< 헤어질 결심 > 의 쓸모,

나는 안온한 호사를 열망한다.


정서경 작가가 인간을 구별하는 선입관은, 바다에서 온 사람이냐 산에서 온 사람이냐 하는 것이라고 한다. 영화 < 헤어질 결심 >의 서래는 바다에 사는 사람처럼 생겼는데 산에 살면서 고통스러웠다고, 그래서 바다에 돌아가서 죽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것이라 작가는 말한다.


바다로 돌아간 서래를 찾아 헤매는 산사람 해준 이야기

유발 하라리 작가의 책 < 사피엔스 >에서도 유사한 구별의 방식을 볼 수 있다. 바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보이는 수렵채집인과 농경인에 대한 인류학적 관찰에 따른 삶의 방식이다.


수렵채집인은 흥미로운 삶에 집착한다. 주변과 내부의 세계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신체적 기민성을 극대화해 가장 척박한 곳을 떠돌며 생활했다. 가사노동의 죄책감이 적으며 다양한 식단을 확실하게 섭취한다. 이동에 용이하도록 무리도 소규모여서 전염병의 영향도 덜 받는다. 무엇보다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는 데 뜻을 두고 있는 것이다.


고난과 결핍의 시기가 종종 닥쳤고, 약한 자의 경우 생존의 위험이 농경인의 그것에 비해 상당히 높으며 적개심이나 비웃음이 주는 고통을 겪는다. 폭력은 극히 드물고 지배하려 드는 이를 기피한다. 소유에 극도로 관대하며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방랑하는 자에게 동맹은 환호의 대상이다. 그와 달리 농경인은 이와 대척점에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혈액형과 별자리, 일주론, MBTI까지 수 백 년에 걸쳐 인류학으로 이어지는 사람 관찰기. 들을 수록 제법 그럴듯하고 이만큼 재미있는 주제가 또 있을까. 인간이 지닌 결을 손끝으로 더듬어 이리저리 골라내고 나누는 작업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흥미롭다. < 헤어질 결심 > 의 쓸모는 여기에 있다. 영화는 내가 바다에서 와서 수렵채집인이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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