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을 대하는 자세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다

by 문군

화창하고 따뜻한 날의 오후였으면 좋겠다.

깔끔하게 정돈된 나의 집, 나의 방, 나의 침대였으면 좋겠다.

가족이 옆에 있어도 좋겠고 나 혼자여도 좋겠다.

그리고 내 공간을 한번 둘러볼 여유는 있었으면 좋겠다.

가빠지는 호흡과 흐릿해지는 의식을 애써 붙잡지 않고 특별한 소리도 이렇다 할 몸짓도 없이 그렇게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정갈하고 고요하게 내 삶을 마무리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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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에 주삿바늘 서너 개를 꽂아놓고 호흡기를 쓴 채로 의료진들이 들락날락하는 어수선한 병실에서 맞는 마지막 순간은 끔찍할 것 같다.

삶의 마지막 순간은 제발 번잡하지 않았으면 한다.

의식도 없이 기계에 의존하여 숨만 붙어있는 가짜 생을 사는 불행은 없기를 기도한다.

누구는 저녁 잘 먹고 잠들어서 그대로 죽는 게 소원이라 하지만 그건 또 싫다.

적어도 삶의 마지막 즈음에 내 주변을 내 손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은 주어졌으면 한다.

그렇게 내 삶을 찬찬히 마무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먹는 것, 입는 것, 씻는 것, 대소변 처리하는 것이 내 혼자 힘으로 가능할 때까지만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다른 누군가가 내 입에 먹을 것을 넣어주고 옷을 입혀주고 씻겨주고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와야 하는 상황은 절대로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살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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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같은 먼 나라로 가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에 관한 기사를 본다.

그런 선택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이기에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논쟁거리임은 분명하다.

비록 그러한 논쟁은 있겠으나 이제 우리 사회도 심각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용어도 안락사라기보다는 존엄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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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너무 이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면 70의 나이이고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 20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잠시 정신줄을 놓으면 어느새 바람처럼 훅 지나버릴 시간이다.

그래서 가끔 조급해질 때가 있다.

나중에 내 인생의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서다.

욕심과 집착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어떠한 인연도 만들지 말라 하고 그 어떤 것도 소유하려 하지 말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다.

결혼 전 희망사항과 다르게 자식이 하나뿐이었던 것이 이럴 땐 오히려 잘 되었다 싶다.

100억 건물주였다면 죽을 때 아까워서 괴로울 텐데 그렇지 못한 소시민의 삶이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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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점점 나이가 들 수록 진정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요즘은 평범한 일상이 감사할 때도 많다.

쉬는 날 아침 옥상에 올라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으면 행복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늘과 구름을 보고 따뜻한 햇살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

살랑이는 바람에 실려오는 박하향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게...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

옥상 데크에 작은 의자를 놓고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게...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

작고 사소하지만 나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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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잃지만 않는다면 인생이 행복할 거 같다.

그러나 그렇게 한결같이 감사한 마음만 갖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게 문제 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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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이자가 올랐다.

감사한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행복한 마음이 급강하 중이다.

흐흡...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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