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런 사람이었던 거야
MBTI를 해봤다.
예전 정신과 수업 때 했던 심리검사(MMPI)와 비슷한 거겠거니 했다.
심리테스트 같은 질문들을 빠르게 체크하고 결과를 확인했다.
ISFJ
그리고 거기에 딸린 설명을 찬찬히 보았다.
우와~
순간 감탄사가 나왔다.
나도 잘 표현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성격을 정확히 표현해내고 있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고 그런 곳에 가면 오히려 기 빨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설명은 정말 놀라웠다.
그렇다.
난 무슨 모임이 잡히면 며칠 전부터 갑자기 가기 싫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당일 날은 안 갈 수 있는 강력한 이유라도 생겼으면 싶을 때가 많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못 가는 상황을 기도하기도 한다.
또 모임에 가면 주도적으로 떠드는 것도 아니고 주로 듣고 오는데도 죽노동을 한 것처럼 힘들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 자리에서의 대화가 즐거웠어도 몹시 피곤하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하고 그래야 에너지가 충전이 되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는 심심하지 않냐, 외롭지 않냐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심심하다니?
음악 하나 틀어놓고 멍 때리고만 있어도 좋은데 심심하다니?
그런 내가 참 특이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친구들이 꽤 있었으니 나도 혼란스러웠다.
내가 정상은 아니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난 '정상'이란다.
MBTI에 따르면 난 '원래 그런' 사람이란다.
'비정상'인 게 아니고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이란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게다가 나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드물지도 않다니 더더욱 안심이다.
누구에게도 받지 못했던 위로를 MBTI가 해주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 '그렇게' 산다는데 이상할 것도 나쁠 것도 없을 테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게 나이고 그렇게 사는 것이 본래의 내가 원하는 거라면 그게 옳은 거다.
마지막으로 MBTI라는 걸출한 발명품에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