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시작과 끝은 참 많이 닮았다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폐암 진단을 받으셨고 6개월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다행히 치료를 중단하고도 2년 여를 잘 지내셨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띄게 기력이 없어지고 식사도 잘 못하셨다.
혼자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부축 없이는 걷지도 못하셨다.
밥을 드시는 것도 누군가 도와주어야 했다.
말도 힘이 없다 보니 아기가 옹알이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를 기억한다.
부모가 모든 것을 다 해주어야만 했다.
밥을 먹여주어야 했고 옷을 입혀주어야 했고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했다.
부모에게 아이의 생존이 전적으로 달린 상태였다.
그런데 그때는 팔순의 내 아버지가 마치 갓난아이처럼 자식들에게 그의 생존을 의탁하고 있었다.
이처럼 사람이 태어나서는 부모의 도움으로 생존한다.
나이가 들어 늙게 되면 그때는 자식의 도움으로 살아낸다.
이게 자연스러운 삶의 궤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버지의 얼굴이다.
어느 순간 아버지의 얼굴은 아이처럼 해맑았다.
내가 기억하는 무뚝뚝하고 늘 불만이 가득했던 아버지의 얼굴이 아니었다.
분석하자면 아마도 표정을 만들어내는 얼굴 근육이 빠진 탓이었을 거다.
그러나 그 이유야 무엇이든 마지막 아버지의 얼굴은 갓난아이의 그것과 같았다.
가까이서 아버지의 죽음의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나니 인생이 더더욱 덧없이 느껴졌다.
죽고 사는 것도 별 것 아니구나 싶었다.
기껏 태어날 때의 모습 그대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라니...
모두에게 똑같이 기다리고 있는 참으로 공평하지만 허무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