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단장한다는 것은
유리창을 힘을 주어 닦아내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빛이
내 고유의 온기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일이라고
당신이 나를 들여다 보러 올 때에
너무도 깨끗해 거울과도 같은
유리창에, 당신이 비치고,
당신은 돌아갑니다
솔직한 창 앞에선
당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당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당신의 생각을 확인해야 합니다
창에서 거짓을 도려내고 광을 내는 건
여지 없는 불편함을 선사하는 일입니다
의도치 않게도
그래 어쩌면
내 창을 먼지로 뒤덮어도 좋을 지도 모릅니다
내 집이, 나를 담아낸 작은 방이
조금은 불투명해야
나를 찾는 일이 부담 없는 약속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어쩌다 한 번은
제가 문득 생각이 나시면
당신의 맑은 얼굴을 데리고 오십시오
마주 선 당신과 만드는
그 광활한 세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