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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가 Jan 26. 2024

검은 창

나를 단장한다는 것은

유리창을 힘을 주어 닦아내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빛이

내 고유의 온기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일이라고


당신이 나를 들여다 보러 올 때에

너무도 깨끗해 거울과도 같은

유리창에, 당신이 비치고,

당신은 돌아갑니다


솔직한 창 앞에선

당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당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당신의 생각을 확인해야 합니다

창에서 거짓을 도려내고 광을 내는 건

여지 없는 불편함을 선사하는 일입니다

의도치 않게도


그래 어쩌면

내 창을 먼지로 뒤덮어도 좋을 지도 모릅니다

내 집이, 나를 담아낸 작은 방이

조금은 불투명해야

나를 찾는 일이 부담 없는 약속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어쩌다 한 번은

제가 문득 생각이 나시면

당신의 맑은 얼굴을 데리고 오십시오

마주 선 당신과 만드는

그 광활한 세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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