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즈음, 주말에 만들 밑반찬 주재료들을 메모지에 적어본다.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아서 매주 거기서 거기인 반찬들. 서너 가지의 반찬을 만들어 1리터 용량의 반찬통에 각각 가득 담아 준비해도 목요일 저녁쯤이면 다음 날에는 밥과 김치만 먹어야 할지도 모르게 그 양이 아슬아슬하게 된다.
건고사리와 건취, 무청시래기.
금요일 저녁, 주방 일을 다 끝내고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각각 담아 물을 부어 불리기 시작한다. 토요일 아침에 불린 그것들을 서너 번 헹구고 끓는 물에 15분 삶아낸다. 삶아낸 고사리와 취, 무청은 냄비 채로 반나절 정도 식을 때까지 둔다. 식으면서 불어난 나물을 찬물에 다시 헹구고 찬물을 가득 채워 또 반나절 둔다. 저녁이 되면 물기를 빼고 칼로 썰어서 들기름과 국간장만으로 조물조물해서 한 번 볶은 다음 식혀서 반찬통에 담는다.
당근.
지금 너무 맛있는 당근.
가늘게 채 썰어 약간의 소금으로 20분 정도 절인다. 절여진 당근의 물기를 꼭 짜고, 레몬즙이나 사과식초, 꿀, 올리브유, 홀그레인머스터드를 넣고 버무린다. 이게 전부인 아주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반찬이 된다.
브로콜리.
나의 최애 채소.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식초와 소금을 넣고 30분 정도 물에 담가둔다. 흐르는 물에 세척한 다음 한 입 크기로 썰어서 끓는 물에 데쳐낸다. 찬물에서 서너 번 헹구고 물기를 뺀 다음, 소금과 참기름, 깨소금으로 버무린다.
글로 나열하니 아주 간단한 것 같다. 내가 마치 요리에 통달한 듯 술술 써 내려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먹는 건 쉽지만, 먹기까지 준비과정은 만만치가 않아서 가끔은 음식을 만드는 도중에 '내가 지금 왜 이러는 거지?' 하면서 스스로 묻기도 한다.
"별나다,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러는 건데?'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 시작한 지가 올해로 5년째 접어든다. 건강검진 이후에 수술을 받았고, 고지혈증 진단,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을 한꺼번에 받고 나니 내 몸을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수술을 받고, 약을 먹으면 기능이 회복되겠지만, 근본적인 부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통곡물과 채식 위주의 식사를 시작했고, 도시락을 싸서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얼마나 오래 살려고?"
처음에는 남의 속도 모르고 툭 던지는 말에 상대가 야속하기도 하고, 반찬 하나하나에 신기한 듯 물어보는 것도 듣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나중에는 직원 휴게실에서 혼자 먹기도 했지만.
아파봤더니 아픈 상태가 싫더라. 그 아픔이 몸이든 마음이든. 그저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싶다는 게 최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먹는 음식이 너무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었다.
이틀의 주말 중에서 하루는 다음 주를 위한 밑반찬 준비로 보내지만 아쉽지 않다. 하루만 애쓰면 일주일이편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러는 건데?"라고 물으면,
"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것 먹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