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일에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경제적 힘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글쓰는 직장인 조준영입니다.
통역장교 경쟁률이 높던 시절, 어렵게 합격해 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소위 계급장을 달고 한 첫 일은 통역이 아니라 커피 타기였습니다.
카투사 합격을 포기하고 임관했던 터라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사표를 던질 수도 없었죠.
군대는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불만을 행동으로 바꾸기로요.
내부 시험 제도를 활용해 4~5개월 만에 통역 기회가 많은 상급 부대로 이동했습니다.
겉으론 조용했지만, 선택은 명확했습니다.
“짧았지만 박수 칠 때 떠나지 않으면,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그게 필자만의 ‘f*ck you’였습니다.
군에서는 사표를 던질 자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다릅니다.
기술적으로는 언제든 사표를 낼 수 있죠.
문제는, 그 자유를 뒷받침해 줄 ‘f*ck you money’,
즉 자유자금이 없다는 겁니다.
상사가 불법적인 또는 부당한 일을 시키거나,
사적인 심부름을 계속 요구한다면
당당히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최소한의 버팀목이 되는 돈이 필요합니다.
통장에 몇 달은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부당함을 억지로 견딜 이유가 사라집니다.
그게 바로 자유의 시작입니다.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두고 현대판 노예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짜 노예제와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원하면 그만둘 수 있다는 것.
다만 대부분은 그 자유를 행사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돈이 없기 때문이죠.
직장인에게 저축은 단순한 절약이 아닙니다.
존엄을 지키는 방패이며,
부당함에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입니다.
그러니 첫 월급을 받는 날,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저축을 시작하세요.
그 돈이, 예기치 못한 또는 최악의 경우에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