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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커피 하나도 제대로 타려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혹시, 일 얘기해도 될까요? #3

by 작가 조준영

자랑은 아니지만 필자는 소위 임관 후, 선임 장교들을 위해 아침마다 믹스커피 타는 업무를 담당했었다. 아침에 출근한 뒤 부서에 있는 모든 장교들에게 커피를 타라는 지시를 처음 받았을 때 '내가 이러려고 무려 통역장교가 되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물며 당시 부서 내에는 필자보다 계급이 5개는 낮은 상병이 있었는데도 나에게 시키는 게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부서장이 나에게 맡긴 업무이니 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자존심 상했지만, 뜨거운 물과 믹스커피를 섞는 일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나에게 더 큰일이 올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믹스커피를 섞는 일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나에게
더 큰일이 올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필자는 매일 아침 출근한 뒤 인사를 하고 믹스커피와 커피포트가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여, 물 끓는 버튼을 누르고 종이컵 5개를 꺼낸 뒤 믹스커피를 하나하나씩 열어 종이컵에 넣었다. 그리고 물이 어느 정도 뜨거워졌다고 판단이 되면 믹스커피가 들어 있는 컵에 온수를 일정량 부은 뒤, 숟가락으로 살살 저어 커피, 프림 및 설탕이 잘 섞이도록 했다. 이렇게 5개의 커피를 모두 완성한 후, 가장 선임 장교부터 시작하여 차례대로 믹스커피 한잔씩 업무 공간 책상에 전달했다. 그렇게 커피 배달이 모두 끝나면 나 또한 믹스커피 한잔을 동일하게 타서 마셔보며 적절한 물의 양을 테스트했다. 달달하지 않고 밍밍한 삼박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군대에서 병사보다도 낮은 곳에서 매일 오전 믹스커피를 탔다. 그렇게 한 4개월 타고나니 상병은 병장이 되어 전역했고, 부서에 신병이 오게 되면서 필자의 믹스커피 업무가 자연스럽게 그에게 넘어갔다. 당시 선임장교들이 이제 고급인력이 매일 오전 타주는 커피 마시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한 말이 기억난다. 그렇게 필자는 작은 허드레 일도 잘 해내며 결국 부서에서도 적응을 잘하였다. 그리고 추후에 상급부대로 보직을 이동할 때도 축복받으며 갈 수 있었다.


사회로 나오게 되면 믹스커피를 타는 업무와 같이 상상하지 못하였던 자존심 상하는 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대학물 좀 마셨다고 '이런 허드레 일 하려고 취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지 말자. 대학에 나온 것 말고는 보여준 게 없는 신입사원이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불필요하게 콧대를 세운다면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 보자. 자존심을 내려두고 낮은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이러한 경험이 추후에 더 큰 일을 하게 되는 초석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위와 같은 우여곡절을 통해서 1억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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