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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스몰닷 Oct 27. 2024

007 - 버티는 힘은 어디서 올까요?

[River] 브랜드 사명의 힘

지난주에 출장을 빙자하여 한국에 잠시 다녀왔는데요. 많은 일정 중에 짬을 내어 꼭 보고싶었던 김환기의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김환기 화백의 그림이야 워낙 유명하니 많이 보기도 했지만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림 사이 사이 붙어있던 에세이 글귀였어요. 

김환기 작가의 전시 'Bigsmalldot'

'나는 내 일을 밀고 나가자', '이 순간부터 막막한 생각이 무너지고 진실로 희망에 가득차다', '그런 것들을 시도하다. 이런 걸 계속해보자.'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이렇게 계속해서 의지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즘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라는 말을 종종하잖아요? 버티는 힘, 계속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뜬금 없는 서두일지 모르겠지만, 최근 이런 생각을 가지고 지켜보던 브랜드가 있어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중국 퍼스널 케어의 수퍼 니치 브랜드, [REVER] 입니다. 




[River]


[REVER]는 2016년에 설립된 브랜드입니다. 2016년은 제가 항저우로 온 해이기도 해요. 당시 화장품 기업에서 한창 중국의 신생 브랜드들을 살펴보던 때여서 꽤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처음 [REVER]를 봤을 때,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2022년에 BI를 리뉴얼했습니다) 꽤 명확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였어요. '오, 중국에도 드디어 이런 브랜드들이 생겨나는 구나'하는 신호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와 같은 기본적인 퍼스널 케어 제품 외에는 별다른 브랜드가 없던 시기였거든요. 


저는 [LUSH] 브랜드를 좋아하고 이용하는 소비자로서 왜 중국엔 [LUSH]가 없지? 생각한 적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까지만해도 중국의 대중 소비자들이 '목욕'이나 'SPA'같은 것을 즐기는 문화가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냥 씻는 개념의 시장 + 씻기만해도 다행인 시장) 그런 측면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시장과 소비자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고 [REVER]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고 브랜드의 시작을 알립니다


레인보우 터닝 배쓰 밤


REVER, 작은 틈을 벌리고 씨앗을 심다 

중국에 살아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중국의 집 구조는 한국과는 좀 다른 점이 많아요. 한국엔 왠만한 가정집 욕실에 욕조가 기본으로 세팅되어 있지만 중국엔 욕조가 없는 집들이 더 많습니다. (물론 모두 그런건 아니죠. 중국엔 엄청 많은 인구가 있고,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니 욕조는 물론이고 욕실이 2-3개씩 있는 집들도 많을거에요. 여기서는 지극히 대중들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도시에서 출근하는 젊은 세대들이 사는 환경을 고려하면, 욕조가 있는 집은 꿈일 뿐입니다. [REVER]는 이런 시장에서도 서서히 개인 감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그 작은 틈을 벌려 성공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욕조는 없지만 퇴근후에 지친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 나의 피로를 풀어주는 시간, 의식감(ritual의 중국표현) 같은 단어들이 하나 둘 씩 들려오기 시작할 때. '족욕'으로 힐링타임을 선사해줄 레인보우 족욕제로 말이죠! 물속에 넣으면 순식간에 무지개 거품이 일어나며 기분 좋은 향을 내는 레인보우 족욕제는 신기한 제형과 효과로 도잉과 샤오홍슈를 도배하며 단숨에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난 소중하니까' 라는 꿈과 환상

'REVER'라는 브랜드 네임은 프랑스어로 '꿈, 환상'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세대들이 얼마나 자기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지 아실거에요. 남 이야기가 아니라 저만 보더라도 그렇죠.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던 할머니, 엄마 세대와는 다른 '내 만족, 내 꿈'을 위해 사는 세대입니다. 

특히, 중국 사람들은 '养生‘이라는 개념을 태어날 때부터 탑재하고 있거든요. '아침엔 OO을 먹지 않고, 내 체질엔 OO은 어울리지 않으며, 생리 기간에 OO을 먹는 건 좋지 않아'하는 것들이죠. 특히 요즘 Z세대들은 자기 몸을 위하는 것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초 개인주의의 세대 이기도 한데, 그토록 고생을 하고 온 퇴근 후 내 소중한 시간에 족욕으로 피로를 푸는 것이야 말로 반드시 해야하는 것 아니겠어요? 더욱이 비주얼 세대인만큼 이렇게 예쁜 모멘트를 주는, 한마디로 인스타각인 제품인걸요.  

[REVER]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의식의 변화를 브랜드의 핵심 컨셉으로 잡았습니다. 'My REVER moment'라는 브랜드 슬로건과 함께, 화장실에서 욕실에서 보내는 나를 위한 20분의 힐링으로 '도시의 젊은 세대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브랜드'로 말이죠. 


My REVER Moment 

타겟들에게 'REVER momet' 를 선사하기 위해 REVER가 잘 하고 있는 것들이 많지만, 그 중 몇가지만 소개해 볼게요. 


1️⃣ 우선 무엇보다도 혁신적인 제품 개발입니다. 최근에는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바디세럼을 런칭했어요. [REVER]는 브랜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20분의 힐링타임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늘 새로운 텍스쳐, 새로운 향, 타겟들을 즐기게 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어요. 2016년 첫 제품을 내놓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늘 새로운 연구를 통해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제형을 선보이고자 했죠. 처음엔 다른 브랜드들처럼 ODM 공장에서 내용물을 만들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REVER 만의 제형과 연구를 잘 해낼수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신념으로 [REVER]는 자체공장, 자체 연구소를 설립하게 됩니다. 

뿌리는 스프레이 타입의 바디제품
'아침7시반'이라는 네이밍의 샤워젤리 - 버블 젤리 텍스쳐의 제품


최근에는 연구소를 리뉴얼해서 고객들이 연구소를 직접 둘러보고 제품과 제형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공간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Pleasure Production room  기쁨 제조실


2️⃣ [REVER]는 타겟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 압니다. [REVER]의 브랜드 컨셉을 필요로하는 타겟,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쇼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를 세심하게 지켜보고 브랜드에 반영하죠. 여기에는 디자인 뿐 아니라, 콜라보하는 브랜드의 선택, 어떤 인플루언서와 협업할 것인지 등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최근에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REVER TALK' 코너를 런칭해 젊은 친구들의 핫한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소 '니치' 스럽더라도 [REVER]는 이러한 5%의 니치 타겟들이야 말로 10%의 팔로워를 이끌고, 나머지 80%의 대중들을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새로 리뉴얼된 REVER의 패키지 (좌) /  RIO와의 콜라보 (우)


3️⃣ [REVER]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화장품 브랜드들 중에는 요즘 뷰티업계에 트렌드가 이것이다 라고 하면 컨셉이 어찌되든 그런 제품들을 따라 만들어내고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컨셉을 계속 바꾸어가며 트렌드를 쫒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퍼스널 케어시장이 뜬다는 소문(?)을 듣고 또 바디케어 제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들도 많이 있겠죠. 하지만 [REVER]는 브랜드 심지가 단단한 브랜드입니다. 시장이 작아도 내 소신에 맞추어 시장을 개척해 내려는 의지를 보았어요. 


[REVER]가 하는 여러 프로모션과 활동, 컨텐츠들 중에,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욕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중국 곳곳의 아름다운 여행지, 호텔 들을 소개하면서, 그 곳에서 즐기는 REVER MOMENT를 자연스럽게 소개합니다. 그 컨텐츠를 보며 '그래, 집에서 분위기를 내긴 어렵지만, 여행간 호텔에서는 [REVER]같은 제품으로 하루 호사를 누리는 모멘트를 훨씬 더 잘 즐길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4️⃣ [REVER]는 For my self 悦己에서 For all together 悦人으로 브랜드를 확장해갑니다. '나를 위한 힐링의 시간'이었던 [REVER]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행동 속에서 나를 위한 기쁨은 나누고 싶은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얼마전 부터 [REVER]의 제품과 패키지 뿐 아니라 프로모션, 이벤트는 '함께 나누는 행복감'으로 바뀌어갑니다. 선물하기 좋은 패키지, 기념일, 절기, 특별한 날을 잘 구성해 만들어내는 프로모션 컨텐츠들이 크게 늘어났어요. 특히 매번 달라지는 선물 포장과 절기마다 나오는 한정판들은 마치 하나하나 커스터마이징 한 듯이 다채롭게 디자인되어서 초콜릿처럼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브루클린의 Mast Brothers 초콜릿이 떠올랐어요! 




무엇보다 브랜드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버티는 힘은 

어느 글에서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로 '요즘 화장품 브랜드는 잘만든 PPT 한 장 + 몇 가지 특화된 레시피 + 대리공장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고 비꼬듯 이야기 한 구절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 현실을 보더라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브랜드는 만들어내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에 그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드는건 위의 말처럼 쉬운 세상이 되어버렸죠. [REVER]를 다시 보게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에요. 2016년부터 2023년 지금까지 7년에 걸친 시간. 어찌보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요즘 중국의 뷰티업계를 보면 참 긴 시간을 잘 버텨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서두에서도 꺼낸 이야기지만, 이렇게 버텨내는 힘. 그건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REVER] 창시자의 인터뷰에서 이런 키워드를 보았습니다. 'REVER가 지속할 수 있는 힘은 新生力에 있다‘구요.  우리말로 하면 신생력이란 '새로운 것을 내놓는 힘'으로 풀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EVER]의 브랜드 페이지에는 '乐若是创新型个护体验的探索者'라는 말로 브랜드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REVER는 새로운 퍼스널케어 체험의 탐험가입니다.'라는 뜻이에요. 


원래 [REVER]의 탄생의 이유이기도 했던 '20분의 힐링타임으로 도시의 젊은 세대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브랜드'라는 컨셉. 그 컨셉을 사명처럼 밑바탕에 굳게 깔고, 소비자들을 면밀히 다정하게 그리고 부지런히 살펴서 어떻게하면 [REVER]의 제품과 서비스가 힐링이 되게 할 수 있을까?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탐험해내는 '新生力'이지요. 그저 트렌드에 따라 뜰만한 것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원래부터 '이것이 우리의 소명이다'하는 미션이 없는 브랜드가 어떤 것을 계속해서 탐험하고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긴긴 이야기의 마무리로 앞서 김환기님의 일기를 떠올려봅니다. '이제 이 자신이 똑바로 섰다. 나는 내 일을 밀고 나가자' 사람도 브랜드도 내가 할 일, 사명과 같은 일을 바로 알고 세상의 흐름을 잘 살피면서 내가 할 일들을 용기있게 시도해 나가는 것. 이것이 버티는 힘이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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