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축축한 시절
보드라운 감촉은 소복하게 잠기고
눈부신 흰 빛
무너진 비닐하우스와 주저앉은 관상수
애써 세워놓은 지주는 꺾여버리고
소리 없이 잠기는 세계
눈에 습기가 많으면 잘 뭉쳐진대
무너진 진입통로에 짓밟힌 눈오리가 가득하다
이 계절에 기대할 것이
흰 눈 밖에 없었던 자는
작은 소망이 죄스럽고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희미해진 계절의 온기
그저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던 우리는
아무것도 바로 세울 수 없어
그래도 세상을 전부 녹일 수 있다면
젖은 마음을 한껏 뭉쳐 던진다
무너지면 안 돼
더 이상
우리는 점점 곧은 눈사람이 되고
습설에 파묻혀
깊게 가라앉은 마음은
슬픈 비가 되어 내린다
아주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