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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이 내리는 계절

by 박은영



무겁고 축축한 시절

보드라운 감촉은 소복하게 잠기고


눈부신 흰 빛


무너진 비닐하우스와 주저앉은 관상수

애써 세워놓은 지주는 꺾여버리고


소리 없이 잠기는 세계


눈에 습기가 많으면 잘 뭉쳐진대

무너진 진입통로에 짓밟힌 눈오리가 가득하다


이 계절에 기대할 것이

흰 눈 밖에 없었던 자는

작은 소망이 죄스럽고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희미해진 계절의 온기


그저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던 우리는


아무것도 바로 세울 수 없어

그래도 세상을 전부 녹일 수 있다면


젖은 마음을 한껏 뭉쳐 던진다


무너지면 안 돼


더 이상


우리는 점점 곧은 눈사람이 되고


습설에 파묻혀

깊게 가라앉은 마음은


슬픈 비가 되어 내린다


아주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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