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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Apr 14. 2023

승기를 응원해

오래전부터 이승기를 보아왔다. 직접적인 관련은 전혀 없지만 인연처럼 나에겐 이어져 왔다. 84년부터 좋아하게 된 이선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던 영원한 우상이다. 이선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승기를 처음 보았을 때가 이선희 소극장 콘서트였기 때문이다. 


20대였기 때문에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게스트로 이승기가 나와 노래를 불렀고 그 당시엔 고등학생이었던 것 같다. 이선희가 입이 닳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던 이승기였다. 이선희의 팬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뭐든 열심히 하는 것이다. 이선희는 팬들에게 항상 나를 좋아하기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선희 팬들은 공부 잘하는 팬들이 많았다. 팬레터 답장에도 늘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승기가 어쩌면 공부도 잘했기 때문에 이선희 눈에는 더 예뻐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처음 이승기를 알게 됐고 가수로 데뷔한 이승기는 한 번에 유명세를 탔다. 이승기는 이선희만큼 나에게 팬심은 없었으나 이선희와 같은 소속사라는 것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다니던 회사 그룹에서 광고 모델로 이승기를 발탁하면서 친근한 이미지로 오랫동안 그룹의 이미지를 제고시켰다. 그룹 모델로써 이승기는 꽤 오래 활동한 것으로 안다. 나는 그 중간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는데 7년 만에 다시 회사를 왔을 때도 이승기는 전속으로 광고계약을 맺고 있었다. 최근에도 이승기 사진을 이용해 광고 작업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승기가 그룹 광고 모델을 시작하면서 계열사였던 회사의 홍보팀에서 일했던 나는 지주 행사에 자주 참여하였고 그때마다 이승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봉사활동도 함께 다녔었고 콘서트도 공연장에 스텝으로 들어가 맘껏 촬영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니 이승기 팬들이었다면 정말 부러움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승기는 그저 나에겐 연예인의 존재 정도뿐이었다. 


그렇게 가까이서 이승기를 봐 온 바로는 그는 올바르고 예의 바르고 성실한 모습이었다. 행동하나 언행하나 몸에 배어있는 습관은 배려심도 많아 보였다. 나는 그런 이승기의 따뜻함에 반했었다. 연예인답지 않게 자신을 높이지도 않았고 늘 낮은 자세로 행동하는 그를 보며 그때부터 조금씨 이승기에 대한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승기의 노래는 좋아하지는 않는다. 드라마도 한 번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야 드라마를 보는 편이다. 남주보다는 여주 위주의 드라마를 본다. 김혜수, 하지원, 김하늘, 공효진 등. 처음으로 남자배우를 좋아했던 건 현빈이다. 아직도 가끔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다시 보기를 한다. 두 번째로는 '시크릿가든'이다. 현빈과 하지원이 나오니 베스트 커플인 만큼 최애 드라마이기도 하다. 


잠시 드라마 얘기로 빠진 건, 어느 날 문득 이승기의 연기력을 보고 싶어 '배가본드'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어색할 것만 같았는데 이승기가 배우로 보이는 게 아닌가. 한 번도 가수로 보였던 적도 없었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내 눈에 들어왔다. 이승기가 연기를 잘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가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흔하디 흔한 가수에서 연기 변신 정도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배가본드' 드라마에 빠졌고 이승기 연기에 빠졌다. 그 이후 이승기 드라마를 보게 됐다. 그 후로 봤던 건 '마우스'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역을 정말 잘 해냈다. 몰입이 될 정도로 드라마에 빠졌었다. 그 이후로 나는 이승기를 다시 보게 됐고 이 친구 정말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예뻐 보였다. 내 자식도 아니지만 잘 크고 있는 이승기가 참 멋져 보였다. 


나 또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열정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게 어린 꼬맹이로만 보였던 이승기는 어느덧 어른이 돼 가고 있었고 연기에 성숙미까지 올라 있었다. 다재다능하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가 보다. 노래, 연기뿐 아니라 진행 솜씨도 척척 잘 해내는 멋진 어른이 된 것이다. 그렇게 늘 옆에서 나는 응원하는 한 사람이 되었다. 


최근 이승기가 음원 문제로 소속사와 갈등이 생기면서 가장 염려했던 건 이선희다. 내가 아는 이선희는 정직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이다. 남을 속이거나 험담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극성팬이었고 이선희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진정한 팬이기 때문에. 


이승기가 얽힌 일에 이선희가 어떻게 연관이 돼있든 무언가가 쌓였다면 둘만이 가장 잘 알겠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오해가 쌓이거나 이해관계가 부족해지면 멀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승기의 결혼 기사를 봤다. 최근에 누구와 사귄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결혼소식도 듣긴 했었다. 드디어 결혼까지 했구나. 기사에는 이선희와 이서진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보았다. 살다 보면 누구나 다 사정은 생긴다. 그 사정을 가지고 떠들기 좋아하는 것은 네티즌이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선희와 이승기와의 관계를 떠나 이승기의 결혼을 축복해 주려고 한다. 평생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반려자를 만나 결혼해서 잘 살겠다고 하는데 당연히 축하를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둘의 사랑에 흙탕물을 튀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 아내가 부모를 선택한 건 아니지 않냐"라는 말에 난 감동 먹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둘이 사는데 왜 부모 때문에 안 좋은 시선을 받아야 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부모 때문에 욕먹는 배우, 내가 좋아하는 장근석도 몇 해전에 부모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었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그런 이슈가 터질 때마다 TV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시간이 흘러 최근 드라마를 새로 찍었다고 들었는데 이제 생각이 났네. 


이승기의 결혼을 축복으로만  응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선희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청첩장을 받지 못한 것이 이유라는데, 이해된다. 친한데 청첩장을 주지도 않는 결혼식에 누가 가고 싶겠는가. 초대받지 못한 사람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영원한 건 없다. 우리 인생은 늘 변한다. 


오랫동안 옆에서 꾸준히 지켜본 동생 같은? 얼굴 못 본 지 20년도 훌쩍 넘은 내 조카처럼 느껴지는 이승기. 이제 결혼해서 한 가정을 이룬 이승기를 축복해 주고 힘차게 응원해주고 싶다. 젊음도 있고 예쁜 아내도 얻었으니 더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창창한 미래만 남았으니 모든 걸 이겨내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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