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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넛츠피 May 16. 2024

우리 아빠 이야기

태현 1

태현은 형의 집을 떠나 드디어 독립하기로 마음먹었다. 큰형수는 태현에게 그동안 모아준다던 돈은 전부 다 집에서 먹고사는 값을 치고 10만 원밖에 줄 수 없다고 했다.


‘제길, 중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벌어다 준 돈은 다 어디로 간 건지, 나이차이 얼마 나지 않는 조카들의 교육비로 들어간 것이 틀림없다. 캭 퉤 재수 없다.’ 태현은 세상이 나를 빗겨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태현은 중학교에서 진학을 멈춰야 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을 때 학교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와 이 머리로 학교에 가지 않는 게 너무 아깝다고 설득했지만 가족들은 냉담하다 못해 차가웠다.

‘아버지만 더 오래 사셨더라면…’

어느새 생채기만 남은 엽현의 마음엔 삐뚤어진 생각만 맴돌고 있었다


독립하기로 마음을 먹고서부터 몰래 모아 온 20만 원을 보태 수중에 30만 원이 있었다. 한숨이 절로 쏟아지듯 나왔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멍하게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현은 가게유리창에 비친 자기 자신을 보며 막막함에 괜히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괜찮다고 애써 감정을 이겨내 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고 막막했다.

아버지만 오래 살아계셨더라도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나오진 않았을 텐데, 그동안 먹은 눈칫밥만 생각해도 부아가 치민다. 12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예쁨은커녕 정 없는 가족들에게 이리저리 천덕꾸러기 취급만 받았다. 태현의 기억 속에 유일하게 사랑을 준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만 살아계셨어도..’


그날로 태현은 나와 일하던 가발공장에서 몰래 취식을 했다. 혹시나 들킬까 구석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바닥은 얼마나 찬지 또 얼마나 추운지 곰은 털이라도 있어 겨울잠을 자지, 잘수가 있어 자는 것이 아니라 잘 수 밖에 없어 잠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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