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현
태현은 발가락을 한껏 오므렸다.
‘으으 발 시려’
추운 겨울에 태현의 발엔 욕실에서나 신는 실내화가 신겨있었다. 열두 남매 중 막내였지만 어느 누구도 동생을 챙기지 않았다. 막내의 마음은 욕실화가 신겨진 발처럼 꽁꽁 얼어붙고 있었다.
태현의 인생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부터였다. 애초부터 어머니는 그다지 애정이 많은 양반이 아니였다. 그야말로 양반집 규수로 태어나 편하게만 살다가 집안만 유식하니 좋고 돈은 없는 아버지와 결혼해 열두남매를 키웠으니 더더욱 삶에 치여 애정이 없었다. 그래서 이집안에서는 도무지 재미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도 있던 재미의 씨를 말려 버린 것은 태현의 둘째 형. 동네에서 유명한 반 건달로 매일 같이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아버지에게 형의 빚을 재촉했다. 갚아주기를 몇 번, 아버지는 반복되는 상황에 지쳐버렸다.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결정을 했다.
그 사건으로 가족들의 가슴엔 모두 커다란 생채기가 생겼고 서로를 보듬거나 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됐다.
어린 막내 엽현은 버려지다 싶을 정도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으으 발 시려’
엽현의 발은 언제나 시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