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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이야기 2

태현

by 넛츠피

태현은 발가락을 한껏 오므렸다.

‘으으 발 시려’ 추위에 발가락이 빨개지다못해 퍼렇게 변하고 있었다.


이토록 추운 겨울에 태현의 발엔 욕실에서 신는 앞뒤가 뚤려 차가운공기에 딱딱해진 욕실실내화가 신겨져있었다. 열두 남매 중 막내였지만 어느 누구도 동생을 챙기지 않았다. 막내의 마음은 욕실화가 신겨진 발처럼 꽁꽁 얼어붙고 있었다.


입버릇 처럼 말했듯, 태현의 인생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부터였다. 애초부터 어머니는 그다지 태현에게 애정이 많은 양반이 아니였다. 그야말로 양반집 규수로 태어나 편하게만 살다가 집안만 유식하니 좋고 돈은 없는 아버지와 결혼해 열두남매를 키웠으니 더더욱 삶에 치여서 그랬을까 자식들에게 애정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집안에서는 도무지 재미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도 있던 재미의 씨를 말려 버린 것은 그 사건때문이었다.


* 태현이 어릴때부터 매일같이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아버지에게 둘째형의 빚을 재촉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붙잡고 갚아주기를 몇 번, 아버지는 반복되는 상황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은 가족들의 입에서 터부시 되었고 아버지와 꼭 닮은 태현은 삶에 지친 가족들에게 외면당했다.


‘으으 발 시려’

태현의 마음도 그날의 발처럼 언제나 시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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