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막걸리를 살짝 공개합니다
막걸리 양조장을 하겠다고 당차게 말씀드리면, 왜 막걸리를 빚으려 하냐고 늘 되물어 보세요.
아마 첫 글을 보신 분들도 같은 질문이 떠오르셨을 거예요.
저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고 싶은 일을 찾아오다, 막걸리라는 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에는 온 마음을 다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일은 오래 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만히 떠올려 봤어요. 그중에 막걸리가 있었어요. 저는 막걸리의 달큰한 맛과 사르르 터지는 부드러운 탄산, 고소한 냄새와 포근히 올라오는 취기를 좋아해요. 파전이나 보쌈, 김치찜을 먹을 때면 자연스레 막걸리 생각이 나고요. 혼자 여유롭게 마시는 것도 좋고, 편한 사람들과 함께 맘껏 떠들며 마시는 것도 좋죠.
그런데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어요. 바로 막걸리가 담긴 플라스틱 페트병이었죠. 환경 위기를 실감하는 요즘, 완벽하게 친환경적인 일상을 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찾아보니 연간 5억여 개의 막걸리 페트병이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출처: 자원순환사회연대, 2021) 최근에 출시된 프리미엄 막걸리는 유리병에 담겨 있기도 해요. 하지만 소주나 맥주와 다르게, 공병을 수거해서 재사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죠. 버려진 유리병은 투명하다면 재활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불투명하거나 색이 들어가 있다면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폐기됩니다. 그렇게 폐기된 유리는 분해되기까지 4,000년 이상 소요되고, 누군가는 100만 년 이상 걸린다고 추측하기도 해요!
가장 먼저 이 지점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막걸리를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팔고, 고객이 빈 병을 반납하면 깨끗하게 세척해서 다시 사용하는 순환 프로세스를 갖춘 양조장을 만들고 싶어 졌어요. 한번 단단하게 방향을 잡으니 그동안 몰랐던 기회들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쌀뜨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거죠.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쌀을 꽤 여러 번 씻어야 하거든요. 또 부산물이긴 하지만 영양분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술지게미를 버리지 않고 맛있는 간식으로 재탄생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도 생겼어요.
그러다가 2021년에 막걸리 빚기 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소중한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고, 또 지속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여러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해서 직접 술을 빚어 보고, 만약 저라면 어떻게 더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죠.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의 매력을 알게 되고, 나만의 술을 담가 보는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해일막걸리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과 아이디어들로 시작되었습니다. 조금 더 더불어 살기 위해, 조금 더 즐겁게 살기 위해서요. 그래서 해일막걸리의 핵심 가치는 공생과 지속가능성이에요. 쉽진 않겠지만, 차근차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막걸리는 빚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맛이 달라진대요. 즐겁게 빚은 술은 맛도 좋지만, 기분이 안 좋을 때 술을 빚으면 평소보다 맛이 못하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행복하게 술을 빚으려고요. 제가 좋아하는 막걸리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기쁘게 만들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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