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일막걸리 Dec 11. 2023

드디어 주류 제조면허 첫걸음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서류 제출 완료! 

지속가능한 양조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류 제조면허가 꼭 필요하죠. 드디어 지난주, 소규모 주류 제조면허 신청 서류를 다 꾸리고 관할 세무서에 제출까지 마쳤답니다. 앞으로 할 일이 아주 많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목표했던 궤도에 올라온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여름에 진작 끝냈어야 했던 일인데 미루고 미루다 어느새 연말이 되었네요. 그동안 핑계는 다양했습니다. 아직 막걸리 레시피가 완성되지 않아서, 아직 용기 용량을 결정하지 못해서, 서류 양식이 따로 없어서, 오늘은 피곤해서(!), 지금은 집중이 안 돼서(!!)…. 아무래도 혼자 준비하다 보니 쉽게 느슨해지더라고요. 시간도 현명하게 쓰지 못하고요.


어영부영 12월을 맞고 보니, 더 이상의 변명 거리도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날 잡고 매장에 출근해서 나머지 서류를 완성했습니다. 무사히 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요.


주류 제조면허를 준비하는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은 행정사를 통한 대리 신청, 또는 전문가 컨설팅입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소정의 비용이 들죠. 특히 저처럼 굉장히 작은 자본으로 시작한다면 부담스러운 금액이에요. 그렇다면 다른 선택지는? 검색과 상담, 그리고 질문뿐입니다! 저도 인터넷을 검색하고, 공무원과 상담하고, 양조장 대표님께 질문하며 서류를 채워 나갔습니다.


주류 제조면허 신청 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제조장을 정하는 것이에요. 제조장을 계약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은 ① 제조업 등록이 가능한 근린생활시설인지, ② 정화조 용량이 충분한지, ③ 토지 사용 계획상 제조가 가능한 곳인지가 대표적입니다. 저는 미래 운영 계획 상 여기에 ④ 일반 음식점 등록이 가능한지까지 확인했어요.


모든 여건이 알맞다면 인테리어를 시작할 때 주류 제조면허 서류도 함께 작성하는 걸 추천드려요. 시간을 조금 더 아낄 수 있거든요. 신청 시점에 제조 설비를 갖추어 놓을 필요는 없답니다. 여차하면 조건부면허로 신청을 돌려도 되고요.



준비해야 할 서류는 홈택스-세금관련 신청/신고-소비제세 관련 신청/신고-주류면허 관련 신청/신고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홈텍스에서 바로 온라인 접수도 가능해요. 하지만 저는 혹시 부족한 서류가 있다면 빨리 처리할 겸, 담당자님과 얼굴도 익힐 겸, 미리 연락을 드리고 세무서에서 대면 제출을 했습니다.


제가 가져간 서류 목록은 다음과 같아요.

① 사업소개서: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자료실에 양식이 있습니다. 저는 상당 부분 삭제하고 편집해서 제출했어요.

② 제조장 대지의 상황 및 건물의 구조를 표시하는 도면: 저는 EdrawMax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어요. 편하지만, 확대를 위해 그린 도면의 크기를 늘릴 경우 기껏 설정해 놓은 치수가 같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해요.

③ 제조·저장 또는 판매에 사용하는 기계·기구 및 용기의 목록: 양식이 따로 없어서 표를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소개서 양식에 함께 포함되어 있어서 그걸 사용하셔도 될 것 같아요.

④ 제조시설·설비 등 설명서 및 용량표: 이 역시 양식이 따로 없어서 ③의 형식과 똑같이 작성해 제출했어요.

⑤ 제조공정도 및 제조방법 설명서: 양식이 따로 없기에 구글링해서 나온 포스트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⑥ 임대차계약서 사본: 매장 임대차계약서를 복사해 제출했습니다.

⑦ 법인 정관: 저는 법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정관도 제출!

⑧ 임시주주총회 회의록: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양식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를 골라 작성했어요.

⑨ 주주 및 임원 명부: 예전에 미리 만들어 둔 명부에서 날짜만 바꿔 제출했어요.

⑩ 식품위생법에 따른 영업허가증 사본 또는 영업신고증 사본: 저는 일반음식점 등록을 마쳤기 때문에, 영업신고증 사본을 제출했습니다.

⑪ 주민등록등본 및 주민등록초본: 혹시 몰라 둘 다 챙겨갔는데, 주민등록등본만 챙겨가도 되는 것 같았어요.

⑫ 사업자등록증: 이것도 혹시 몰라 챙겨가서 제출했습니다.

⑬ 법인등기부등본: 저는 법인이라 등기부등본까지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역시 챙겨서 제출했습니다.

⑭ 법인인감증명서: ⑬과 같은 이유로 제출했습니다.

⑮ 토지이용계획 확인서: 홈텍스 안내 기준으로는 없지만, 혹시 몰라 가져갔고 약간의 발급 수수료가 들어요!

⑯ 탁주 제조 방법 승인신청서: 이 양식도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에 양식이 있고, 작성 요령도 꼼꼼하게 첨부되어 있어서 쉽게 작성 가능하실 거예요.


쓰고 보니 정말 바리바리 많이 가져갔네요. 이래도 빠뜨린 게 있어 반려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바로 접수가 되었어요. 참고로 저는 수입인지는 따로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담당자님도 주류 제조면허 처리가 처음이라 연락 주시면서 진행하신다고 하니, 필요하다면 그때 보완하면 될 것 같아요.


서류 뭉치를 다 건네고 나오니 드디어 후련함이 찾아 왔습니다. 물론 잘 진행되어 조건부면허가 발급되면 설비도 채워야 하고, 준비가 끝났다고 통보도 해야하고, 용기 검정도 받아야 하고, 진짜 제조면허도 받아야 하고, 주질 감정도 받아야 하고, 새로운 주류 제조법도 신청해야 하지만요. 


서두에서 이제야 궤도에 올라온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요, 사실 알지 못했던 행정적인 문제로 궤도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고, 남은 절차를 하나하나 처리하느라 안전 운행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4개월 간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이나마 이제 안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막걸리 공방을 꾸리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