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계의 만능 토양, 수태
원예용 토양 중에서 기능적으로 가장 뛰어난 토양은 무엇일까? 높은 공중 습도를 필요로 하는 식물에게 습기를 공급해주고, 상처가 난 잎을 치료해주고, 각 종 병해로부터 보호해주고, 유익한 익충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토양이 있다. 바로, 수태(Sphagnum moss)이다. 식물계의 만능 토양 역할을 하는 수태에 대해 알아보자.
수태(Sphagnum moss)란 물이끼과에 속하는 연한 녹색의 선류 중의 하나이다. 색깔은 옅은 백색부터 연녹색, 붉은색으로 다양하다. 전 세계적으로 자생하고 있으며 약 38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양의 물을 함유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전체 중량의 80% 정도까지 흡수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수태뿐만 아니라 말라죽은 수태 조직 모두 세포 안에 많은 양의 물을 담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수태들은 살균 및 압축 건조의 과정을 거쳐 오기 때문에 하얀색에서 연베이지색을 띠고 있다.
- 생산지 : 뉴질랜드, 칠레, 중국, 베트남, 태국, 한국, / 청수태(인공수태, 중국산)
- 종류 : Sphagnum Cristatum, Sphagnum squarrosum, Sphagnum australe, Sphagnum falcatulum, Sphagnum subsecundum, Sphagnum subnitens(옅은 붉은색) 외 300여 종
- 크기 : 종류별 상이함
- 무게 : 가벼움
- 입자 : 원산지에 따라 크기와 색깔이 다르며 부드러운 입자
- pH : 산성, 약산성
- 물리적 특성 : 보수성, 보비성, 통기성
: 시중에 유통되는 수태는 검역을 거치고 완전 건조된 상태로 온다. 유통과정 중에 산화제 처리를 하기 때문에 사용 전에 물에 한 번 세척하여 산화제를 제거하고 12시간 이상 물을 먹여 사용한다. 병원균을 억제하는 tropolene(트로폴론)이라는 항균 작용이 있어 삽목이나 여린 식물 재배에도 안전하다. 코케다마, 토피어리, 삽목, 취목, 발아용토, 식충식물 재배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식충식물이나 베고니아와 같이 공중 습도를 필요로 하는 식물의 화분 표면에 수태 멀칭을 하면 수분 유지에 도움이 된다. 난, 몬스테라와 같이 기근(공기 뿌리)이 발달한 식물에 수태봉을 활용하여 지주대를 만들어 사용한다. (코코넛으로 만든 코코봉 보다 수분 보유 능력이 좋고 뿌리내림에 더 좋다.) 수태 자체는 양분이 없기 때문에 수태로만 식물을 키울 경우 주기적으로 비료를 공급해주어야 한다. 또한, 약산성으로 식물의 종류에 따라 사용에 유의한다. 수태는 오래 사용할 경우 녹색 이끼가 끼고 끊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새로운 수태로 교환할 필요가 있다. 수태 사용에 대한 여담으로 세계 대전 당시 붕대를 대신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tropolene(트로폴론)
식물과 균류에서 분리되는 물질로 주로 식물의 심재, 잎, 껍질에 풍부하다. 에센셜 오일에 다양한 종류의 트로폴린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리페놀 산화효소(갈변 효소)와 버섯 티로시나아제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다.
➀ 뉴질랜드산, 칠레산 수태
수태 중 가장 최상품으로 알려져 있는 뉴질랜드산 수태는 일반 수태에 비해 색깔이 투명하고 잡티가 적으며 길이가 길고 굵기가 굵다. 늪지수태와 바다수태를 선별 및 건조하고 산화 방지를 위해 산화제(초산처리)를 하고 오기 때문에 시큼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시큼한 냄새는 물로 한 번 세척하면 사라진다. 칠레산 수태도 뉴질랜드산과 같이 고급 수태로 토피어리 제작에 활용된다. 뉴질랜드산 수태는 노란빛이며, 칠레산 수태는 갈색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➁ 태국산, 중국산 수태
시중에서 찾기 어려운 수태로 주로 인공적인 처리를 한 청수태가 많다. 중국산 수태는 불순물이 많고 뉴질랜드나 칠레산 수태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편이다.
➂ 국내산 수태
국내에서 자생하는 산수태를 소독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건조한 상태로 유통된다. 주로 산삼이나 버섯 등의 보존용으로 활용된다. 분재용으로 사용할 경우, 수태 내의 해충이나 병원균의 감염을 막기 위한 구연산이나 식초로 한 번 소독하여 사용한다.
④ 생수태
살아있는 조직으로 유통되는 수태로 해외에서 검역을 거쳐 수입되는 것과 국내에서 판매되는 산수태, 건조 수태 포자에서 발아한 생수태가 있다. 건수태에서 발아한 생수태는 건수태보다 살균 능력과 수분 보유 능력이 더 뛰어나 식물의 상처 부위에 사용하거나 삽목에 사용한다. 건수태와 용도는 비슷하며 수분이 한 번 마를 경우 조직이 복구되지 않기 때문에 마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수태는 자연상에서 습지를 구성하는 주요한 식물로 동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수태와 다른 식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면 피트층(peat, 토탄, 이탄)을 만들고, 피트를 가공하여 만든 토양을 피트모스(Peat moss)라고 한다. 피트모스는 수백 년에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피트모스의 원료가 되는 수태는 재생시간이 10년 정도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수태채집 자체가 서식지를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자원으로 보기도 한다. 수태는 가드닝을 하면서 필수인 원예 자재이자 토양으로 오랜 기간 보존,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