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슬리퍼를 끌며 걷는다
뒤꿈치마다 비듬처럼 허물어진 세월
장판 위엔 작은 눈송이들
여름에도 겨울을 걷는 사람
가려워 죽겠다는 말을
정색한 얼굴로 던지며
이젠 약도 소용없다 하신다
병원은 비싸고, 시간은 없다
그래도 매일 아침
세숫대야에 따끈한 물을 받고
소금 한 줌 털어 넣는 손길은
가족을 먹여 살린 손, 그대로다
엄마는 성가신 듯 혀를 차고
나는 방구석에서 킥킥대지만
주말이면 나도 모르게
약국에서 무좀약을 고르고 있다
그렇게
아빠의 무좀은
우리 집 사랑의 단위가 되었다
서툴고 오래됐지만,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유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