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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호 Jun 14. 2024

여행이 현실에서 끝난 후
글에서 마무리되기까지

미서부 여행 에필로그 및 후기

 귀국 후 삼 일간 제 시간에 잠든 적이 없었다. 시차 적응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맞닥뜨리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졸음을 참고 하루를 버텨내어도 새벽에 다시 일어났다. 오후에는 밤을 샌 것처럼 저절로 감기곤 했다. 어찌 버티다 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동아리 포스터 디자인 작업을 하느라 밤을 새는 것이 실허이지자 자연스레 고쳐졌다. 귀국 후 곧바로 동아리 행사를 위한 포스터와 책자 작업을 하며 여행에 대한 기억이 점차 잊혀져 가고 있었다.


 여행을 갔다온 후 피부가 새까맣게 타버렸다. 돌아온 후 나를 마주한 사람들은 백이면 아흔아홉이 낮아진 피부 채도를 언급했다. 그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피부가 탄 후 되돌아가는 편이 아니라 언제 다시 돌아올지 알 길이 없다. 여행을 여러 번 더 갔다 오니 내 피부가 원래 어떠했는지 가물가물하다. 이 글을 적는 오늘은 히로시마에서 귀국한 날이다. 부모님은 역시 다시 까매졌다 하셨다. 선크림을 잘 바른 것과는 별개로 해가 강했기에 그럴만하다 생각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를 빡빡 밀었다. 미국에서 찍힌 사진 속 장발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지금은 동그랗고 작은 내 두상이 마음에 들기에 만족한다.


 미국 여행 이후로 6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동아리 일정을 잘 피해 여행을 갔다 왔다. 국내 여행이 첫 번째이고 히로시마 여행이 두 번째이다. 미국 여행 후 한동안 여행은 없을 줄 알았지만 학교 기말고사 기간을 보낼 방법에 대해서 다른 도리를 떠올릴 수 없었다. 6월 중의 두 여행은 미국 여행을 지인의 도움을 받아 머물렀던 것과 완전히 상반되게 개인이 홀로 갔다 온 여행이다. 이에 대해서 글을 작성하지 않을거냐는 부모님에 물음에 확실히 답할 수 없었다. 애초에 지금 쓴 글도 어머니가 보고 싶다 하시지만 언제 공개할지 고민중이다. 아마 브런치에서 완결이 난 순간에 보여드리면 적절하다 생각해왔는데 몇 부분은 잘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온 기념품은 총 네 개, 세 명의 살마과 동아리에 가져다주었다. 지휘봉은 동아리방에 귀국 다음날 비치해두었다. 개개인에게 선물 전달은 천천히 이루어졌다. 모든 기념품이 주인을 찾아가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이 넘었다. 모두들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에게 자산이 많았다면 금세 기부하고 빈털털이가 되었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모두가 행복한 상황을 가장 원한다. 그렇기에 누구는 선물을 사주고 누구는 주지 못하는 상황을 매우 꺼린다. 그러나 특별히 나에게 부탁을 하거나 적절한 의미가 있다면 흔쾌히 응한다. 그런 일이 없다면 선물은 주지도 받지도 않는 것이 내 원칙이다. 그러므로 돈이 많다면 반대로 모두에게 선물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곧 돈을 탈탈 털어 마지막 선물 보따리를 풀어헤친 후 뿌듯해 했을 것이다.


 미국 여행에 대한 글을 쓰는 데 거의 2주가 넘게 걸렸다. 달력 상으로 시작은 5월 24일이나 구상은 그 전부터 이루어졌다. 지금껏 여행을 정리한 글은 2022년 S군과 단둘이 전주 여행을 갔던 이후로 처음이다. 다른 여정도 글로 남겨보고 싶었으나 필자의 능력과 소재에 대한 관심사가 이쪽을 향하지 않은 탓이었다. 지금이라도 글을 쓰는 재미를 붙이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해 초입에 소설을 쓰겠다 다짐했지만 완성한 글 중 단 한 편의 소설도 없다. 그럼에도 이 작업이 나에게는 소설 작업보다 우선도가 높았다. 그렇기에 완결에 의의를 두는 것이다.


 미국 여행 이후 계획했던 북유럽 여행은 자엽스레 포기했다. 긴 여행이 아니더라도 소비된 돈과 에너지가 컸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지도 의문이 들었다. 여행을 좋아하기보다 경험을 즐겼다. 여행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되리라 기대하는 건 큰 오산일 수 있다. 누군가의 관점에서 온 세상은 동일하게 보일 수 있다. 나는 그런 부류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 세상은 사람이 살아가고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내가 글을 쓰는 이 골방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글을 완결짓는데에 끝까지 일어준 G군의 덕이 컸다. 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처리했는지 의문을 표하기도 했지만 큰 불만 없이 읽어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또한 각 내용마다 댓글을 달아 - 브런치에는 없지만 개인 블로그에 달아주었다 - 자세한 사항이나 G군의 시점을 밝히기도 하여 디테일을 추가해주었다. 이외에도 사진에 대한 칭찬을 해주거나 글을 다 읽지는 않더라도 라이크 혹은 공감 버튼을 눌러준 이들에게도 사소한 감사를 드리고자 한다. 쓰면서 항상 그 생각을 했다. 이들 중 과연 내 글을 완전히 읽어주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계속 의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에 매몰되어 글을 쓰는 도중에 포기할 뻔한 순간이 너무나 아쉬웠다. G군만이라도 추억을 되새겨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거기에 여기까지 읽어준 G군이 아닌 당신의 노력도 값지다 덧붙여 놓겠다.


 만약 당신이 글을 성실히 읽었고, 이 부분도 읽는다면 부디 댓글로 점이나 아무 의미  없는 텍스트라도 좋으니 인증해주길 요청해본다. 만약 귀찮다면 라이크라도 누르지 마라. 그러니 이 글에 라이크를 눌렀다는 것은 내 글을 안 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그들은 가차없이 차단하겠다. 댓글로, 부디 아군임을 표현해주길... 이는 내 글을 읽지 않았음에도 읽은 체를 하는 이를 걸러내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쓸 때 참고한 글이 몇 편 있다.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 여행>과 김훈 <자전거 여행> 그리고 브런치의 다양한 글을 보며 서술과 표현에 대한 발상을 얻었다. 그 외에도 스쳐 지나간 여러 텍스트는 닮고 싶은 모범을 보이거나 피해야할 모범을 훌륭히 보였다. 글 쓰는 기간에는 항상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여유를 두어 독서와 작성을 번갈아 행했다. 그러다 보니 문체나 서술이 유사할 수 있다. 이 점은 모든 작가가 그러하듯 표절이 아니라 모방이라 주장한다.


 글에 넣은 사진은 모두 직접 찍은 사진만 넣었다. 나중에야 비율을 3:4로 고정했지만 처음에는 요령이 없었다.  


 블로그에 먼저 작성한후 사진은 사후 작업하여 브런치에 정리해서 올렸다. 따라서 블로그에서 읽은 사람은 브런치에서 작성된 판과 다르게, 브런치에서 읽은 사람은 블로그와 다르게 작성된 글을 읽었다. 이는 개인적인 사진과 이야기를 구분짓기 위함이었으나 결국 둘이 완전히 동일해지고 말았다. 오타는 브런치로 글을 옮기는 과정에서 수정이 된 경우가 많다. 사진 또한 선별 작업을 꼼꼼히 한 족은 브런치이다. 그러나 날 것의 일기 느낌은 블로그에서 물씬 풍긴다. G군의 취향은 블로그라 한다.


 소중한 기억을 글로 남겼음에 감사한다. 이 글을 책으로 묶어 낼 수 있길 바란다. 독실하지 않지만 하느님과 부처님, 부모님과 먼 친척, 그리고 여행을 함께 해준 친구에게 그 공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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