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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판 흥남철수 작전' 영웅들이 울고 있다

조선일보 2018.04.30

by 밀덕여사 Mar 21. 2024

1975년 현지 한국인 등 구출 위해 269명 재파병… '십자성작전' 수행

국군 철수 1973년 3월 23일까지만 파병자로 규정, 유공자 인정 못받아

현재 생존 확인된 참전용사 45명 "목숨건 작전, 국가 인정받고 싶다"


30일은 베트남공화국(월남) 패망 43주년이다. 1975년 그날 월남의 수도 사이공(지금은 호찌민)은 북쪽의 월맹군과 베트콩(월남 내 공산주의자)의 협공에 점령당했다. 파병됐던 한국군은 전세(戰勢)가 기울기 시작한 1973년 3월 23일 철수했다. 그러나 함락 당시 사이공에는 한국 민간인 300여명이 남아 있었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극비 작전이 있었다. 해군 정예 요원 269명이 사이공으로 2년 만에 다시 파병돼 우리 국민을 무사히 한국으로 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십자성작전'이다. 그러나 당시 작전에 투입됐던 이들은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월남 파병 기간(1964년 7월 18일~1973년 3월 23일)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난민촌이 된 군함 - 월남 패망 다음 날인 1975년 5월 1일 사이공 근처 푸꾸옥섬에서 부산항으로 출발한 계봉함이 남중국해를 지나고 있다. 700여명의 한국 교민과 월남 피란민들은 계봉함 갑판 위에 천막을 치고 난민촌을 만들었다.


당시 메콩강 부두에 모인 북한함 장병들이다.


1975년 사이공에는 한국 교민 300여명이 남아 있었다. 전쟁 중에도 장사를 하며 겨우 자리 잡은 사람들이 한국군 철수에도 베트남을 떠나지 못했다. 월맹군은 1975년 초 월남에 대한 전면 공세를 시작했다. 3월 말 김영관 주월(駐越) 대사가 정부에 한국 교민과 월남 피란민 철수를 위해 함정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1975년 4월 6일 해상 철수를 위해 준비된 특수수송분대는 계봉함(LST 810)과 북한함(LST 815) 2척으로 해군 269명이 편성됐다. 당시 계봉함의 갑판 하사로 참전한 강수부(64) 예비역 원사는 "9일 부산항을 출항하면서 함수문 틈새로 멀어져 가는 한국 땅을 바라볼 때 '정말 전쟁터로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들이 도착한 전쟁터는 긴박했다. 당시 작전을 지휘하는 사령관(대령)이었던 권상호(88) 예비역 소장은 "메콩강에 도착했을 때 월남 해군 연락장교가 찾아와 '여기는 기뢰가 널려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며 "숨 막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박인석(83) 계봉함 함장도 "당시 월남에선 야간 항해가 위험해 금지돼 있었지만, 상황이 급박해 강행했다"며 "우리가 야간에 긴급 철수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정박했던 미국 민간선이 포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우리 해군은 4월 26일 사이공에서 한국 교민 354명과 월남 피란민 1548명을 배에 태웠다. 29일 사이공 인근 푸꾸옥섬에서 월맹군 함정에 둘러싸였다. 박인석 함장은 "포위되면 꼼짝없이 납치되는 상황이라 폭탄인 것처럼 기름을 넣었던 드럼통 500개를 바다에 던지니 접근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 군은 4월 30일 푸꾸옥섬에서 긴급 출항해 5월 16일 진해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십자성구출작전동지회'에 따르면 당시 작전 참가자 중 현재 생존이 확인된 사람은 45명이다. 당시 통신 하사관(현 부사관)으로 참전했던 장성수(64) 십자성구출작전동지회 사무총장은 "더 늦기 전에 우리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걸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국방부 소속 군사편찬연구소 전 관계자는 "십자성작전을 국가유공으로 인정하면 다른 국지전에 투입된 군인들까지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줘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유영옥 경기대 명예교수(한국보훈학회장)는 "십자성작전에 참여한 사람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국민의 생명을 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국가유공자가 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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