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오랫동안 남몰래 우울증과 무기력으로 고통받아왔다.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아래 직원들을 볼 때면, 비전이 없는 것 같아 우울해졌고,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에게는 없는 재능과 카리스마를 부러워하느라 우울했다.
자신이 하는 일은 늘 완벽에서 멀어 보였으며, 실수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하루하루가 늘 고통이었던 그는 결국 결심했다.
'죽어야겠다.'
그날 밤 죽음을 결심하고 유서를 쓰기 위해 식탁 위에 앉았다.
‘더 이상은…. 결심합니다. 죄송합니다. A.’
마지막 문장을 남기고, 그는 죽기 전 자신이 정리해야 할 일이 없나 생각해봤다.
몇 가지 일이 떠오른다. 그중엔 회사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A 혼자서 하고 있던 일이라, 다른 사람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 한두 시간이면 끝날 일이었다.
‘그래,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어느 정도는 정리를 좀 하고 가야겠다.’
이것만 하고 죽자라고 결심한다. 어쨌거나 조금은 공적인 일이니까…
A 씨는 랩탑을 켜고, 도큐먼트를 펼쳤다. 자신이 맡았던 일만은 깨끗하게 정리하기로 마음먹으며,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아침이 왔음을 그는 인지했다.
‘이런, 아침이쟎아. 아직 몇 가지가 남아 있는데….’
하필 카풀을 하던 A 씨는 B가 기다릴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는 수 없이 하루만 더 출근하기로 한다.
‘내가 안 나가면 전화하겠지? 하지만, 오늘 밤에는 기필코…’
죽는 것조차도 그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끝나면, 또 끝내야만 하는 일이 새끼를 치고, 깜박한 일이 새삼스레 기억나고… 그에겐 늘 ‘하루’가 더 필요했다.
‘하루만 더 미뤄야겠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아직도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죽기 전에 정리해야 할 일이 이유를 알 수 없이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
그가 죽음을 준비하는 3년 동안 사람들은 A에 대해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풍부한 경험과 책임감으로 아래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닮고 싶은 상사.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A 씨의 재능과 성실함에 함께 일하는 것을 원한다고.
죽을 각오로 열심히 살았기에 여유 있는 삶은 당연한 결과라고…
오늘도 그는 여전히 죽음을 준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