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결혼을 생각하고 고민할 나이에,
엄마는 나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놓으시곤,
항상 이렇게 끝맺음하셨다.
‘사랑이 밥 안 먹여 준다.’라고…
얼마 전, 학창 시절 정말 친하게 지내던 오빠를 만나 오래간만에 참한 이슬을 한잔 하였다.
오빠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도무지 직장생활이 맞지 않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7급, 그리고 9급… 나름 열심히 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서인지,
그렇게 10년이 흘러 버렸다고 한다.
10년… 정말 엄청난 세월이다.
당연히 우울증이 왔고, 무기력했고,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여하튼 그렇게 방구석 귀신으로 게임과 만화책과 함께, 허송세월을 보내던 중!
초등학교 동창을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되었고, 둘은 연인이 되었다고 한다.
힘들지 않았냐고, 자괴감이 엄청났을 텐데… 궁금해진 나는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멀쩡하게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
물론 결혼도 했고, 아이는 없지만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와 잘 살고 있다.
“그 패배감이 엄청났을 것 같은데, 어떻게 빠져나왔어요? 아니, 일해야겠다는 결심이 어떻게 든 거야?”
“데이트 비용이 필요했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다가와 준 지금의 아내가 고마웠다고 한다.
그래서 밥값이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에, 10년이 훌쩍 지나,
동기들이 초봉으로 받던 돈이라도 좋으니 회사를 들어갔다고…
그렇게 그의 시계는 다시 돌아가지 시작했고, 지금은 가정을 책임져야 하니까,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참고 다니는 거라고, 보통의 우리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만한 큰 변화도 늘 작은 계기로부터 시작된다.
마치 세상을 뒤집을 만한 큰 일이 '바이러스'의 날개짓에서 시작되듯이 말이다. ^^;;
엄마, 사랑이 밥 먹여 줄 때도 있더라고!
책임감 때문에 산다고 하지만, ‘책임’이란 말은 어쩌면 ‘사랑’의 그림자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사랑은 오빠를, 그리고 오빠의 인생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