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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Nov 14. 2022

[15번째 월요일] 나의 재발견

문득 생각해 본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나는 이런 거 좋아해, 이런 거 싫어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남에게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를 알아보겠다고 심리테스트는 꼭 하면서도, 정작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에

우리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지인분께서 꽤 오래전 안성에 야생화 농장을 여셨다. 

간다 간다 하고 몇 달 전에 겨우 방문.

농장에는 친구가 맡겨 놓은 다육식물들이 좀 있었는데, 대부분이 죽어가고 있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물 한번 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여하튼 죽어가는 다육이 중, 장미꽃처럼 생긴 다육이를 살려 보겠다고 들고 왔다.

때마침 개인 사무실 근처에서 귀여운 '연필 선인장'도 하나 샀겠다, 

같이 오손도손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식물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이번 다육식물을 사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직도 농장에서 가져온 다육식물의 정체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단 그 당시 말라가고 있었고, 화분에 쫙 달라붙은 모습이 그리 이쁘진 않았다.

무슨 바람이었는지, 일생 처음으로 화분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고 말이다.


난 섬세한 사람도 아니고, 특별히 뭔가를 돌보는 것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실제로도 없다.

바쁘고, 귀찮고, 바쁘다...

친구들도 괜한 짓 하지 마라며, 자기처럼 결국 죽일 거라고 했고, 한 번도 그들의 예언을 난 의심하지 않았다.


웬걸?

난 알고 보니 드루이드의 후예였다! 녹색 식물의 마법사!


약 4달 전 (좌)/현재(우)



지표식물인 줄 알았던 농장에서 가지고 온 장미꽃을 닮은 다육이는 쑥쑥 자라더니, 화사한 녹색의 큰 꽃으로 변신하였다. 거짓말 살짝 보태어서 내 주먹만한다.

귀여운 연필 선인장은 손가락 달린 도깨비방망이가 되어 버렸다. 흐흐흐


내 안에 농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니...

왠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것 같아 뿌듯했다. 이 사업이 다시 망해도 밥은 굶지 않겠구나. ^^;;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이 소확행이 된다.


가끔은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새로운 일도 시도해 봐야 한다.

그래야, 진짜 자신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알아가는 재미도 나름 솔솔하다.

최고의 친구는 자기 자신이라고 하지 않던가? 스스로에게 친구가 되어 주라고.

딱 그런 느낌이다. 나랑 노는 것이 재밌다.

혹시 모르지, 새로운 내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가지고 와 버릴지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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