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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Oct 01. 2024

마지막 라운드

완결

소호의 맹렬한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 그의 주먹이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들었고, 링 위에 울리는 소리마저 그의 기세를 증명하는 듯했다.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그가 몰아치는 펀치에 숨죽인 채 집중하고 있었다. 비드윈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굳건히 가드를 올리며 소호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지만, 그도 서서히 지쳐가는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그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이 하나둘 링 바닥에 떨어졌다.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는 땀은 마치 그의 투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소호의 주먹은 마치 폭풍이었다. 링을 중심으로 몰아치는 바람이 느껴질 만큼, 소호의 몸짓은 빠르고 거침없었다. 관중석의 사람들은 소호의 주먹이 날아갈 때마다 숨을 멈췄다가, 그의 공격이 비드윈의 방어에 부딪힐 때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링 밖에서 보이는 풍경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관중들 속에서 소호의 팬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었고, 비드윈의 팬들은 그의 가드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까 두려운 듯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비드윈은 쏟아지는 펀치들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겨우 버텨냈다. 그의 가드 위로 소호의 주먹이 계속해서 날아들었고, 매 순간마다 엄청난 충격이 링 전체에 울려 퍼졌다. 관중들은 소호의 주먹 소리와 함께 전율을 느끼며 그의 압도적인 공격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비드윈은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그의 다리가 후들거렸고, 온몸이 젖어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비드윈의 방어벽에도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때, 소호의 날카로운 펀치가 비드윈의 허리를 강타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몇 초 후 그의 얼굴에 고통이 서렸다. 관중들은 그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지 몰라도, 비드윈은 점점 더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소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비드윈을 향해 폭풍 같은 펀치를 몰아붙였다. 이제 비드윈의 몸은 서서히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패배의 그림자가 그의 어깨에 드리워지는 것이 보였다.


비드윈은 점차 마음속에서 패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가 이 애송이에게 진다고? 주흔과 빌리도 그랬듯이, 나도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그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소호의 점점 강해지는 모습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그들이 약물에 의지했던 거구나... 이건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비드윈의 눈앞에서 점차 현실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명예롭게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그를 지배했다.


비드윈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결심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마지막 힘을 짜내어 일격을 가하는 것뿐이다." 그는 그 순간 모든 계획을 떠올리며, 소호를 향해 덫을 준비했다. 하지만 소호는 마치 그의 체력에 한계가 없다는 듯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비드윈의 가드는 점점 약해졌고, 마침내 그의 팔도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다리는 흔들렸고, 그의 몸은 한계에 다다른 듯 떨리고 있었다. 강력했던 챔피언의 모습은 더 이상 어디에도 없었다. 빈틈이 생겼다 해도, 이제는 그 빈틈을 공략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소호의 끝없이 이어지던 공격이 갑자기 멈췄다. 비드윈은 그 순간,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에 번뜩이는 희망이 비쳤다. 이제야 한 방을 날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움직이려 해도, 다리와 팔은 더 이상 그를 따르지 않았다. 소호가 뒤로 물러서자 심판이 다가와 비드윈의 상태를 확인했다. 비드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 심판은 깊이 고민하더니, 결단을 내렸다. 곧 종이 울렸다.


그 순간, 비드윈은 쓰러지지 않았지만, 패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의 눈동자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패배의 흔적을 숨길 수 없었다. 그는 끝까지 버텼지만,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패배는 이미 결정되었다.

경기가 끝나자 소호는 링 중앙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관중들은 그의 승리를 축하하며 함성을 질렀고, 그는 환호에 화답하며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흥분과 감격이 그를 사로잡았다. 기자들이 기다리던 인터뷰가 곧바로 진행됐다. 기자들은 눈이 반짝이며 그의 승리에 대해 물었다.


"챔피언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1, 2라운드에서는 고전하는 모습이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었나요?"


소호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표정을 굳히더니,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냥 마지막 순간에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붓고 싶었어요. 그게 전부입니다."


기자는 그 말에 의미심장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준비한 말이 아니라, 마치 마지막 고백 같았다. 기자는 곧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건 혹시 이번 경기가 은퇴 경기라는 의미인가요?"


관중들과 기자들은 동시에 숨을 죽였다. 모두가 소호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소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 경기가 마지막입니다. 더는 복싱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가 마지막 말을 내뱉자, 기자들의 표정은 충격으로 굳어졌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관중들도 술렁이기 시작했고, 더 많은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왜 은퇴를 결심하셨나요?"


소호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목적한 걸 이뤘습니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요. 이제 저는 약해질 것이고, 그런 저를 이긴다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정상에 서 있다는 것은 곧 내려가야 할 자리라는 뜻이죠. 저는 그 자리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자들은 침묵했다. 그가 했던 말의 무게가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한 챔피언의 마지막이 이렇게 끝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있으신가요?"


소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직은 생각 중이에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좀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소호는 링을 천천히 떠났다. 기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봤고, 관중들도 그가 링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은퇴 선언은 모든 이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경기장을 나선 소호를 기다리고 있던 이는 주령이었다. 그는 차 옆에 서서 미소 지으며 소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지."


소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령의 차에 탔다.

"그래, 형이 말한 그 일을 해야지."


차가 출발하자, 주령은 갑자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근데 진짜 노트의 비밀은 안 알려줄 거야?"


소호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건 영원히 내 비밀이니까."


차는 서서히 경기장을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소호는 챔피언의 자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그림자 연기'를 읽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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