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드윈의 강력한 펀치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과 함께 그의 주먹이 소호를 향해 빠르게 뻗어왔지만, 소호는 순식간에 몸을 낮춰 간신히 피했다. 펀치가 머리 위를 스치며 강렬한 바람이 느껴졌고, 소호의 주변에는 엄청난 열기와 소음이 가득했다. 경기장은 수천 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고, 그들은 숨죽인 채 두 선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각의 링 위,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소호와 비드윈은 뜨거운 땀을 흘리며 서로를 응시했다. 조명은 그들의 피부에 맺힌 땀방울을 반짝이게 했고, 링의 캔버스는 이미 치열한 싸움의 흔적으로 얼룩져 있었다. 소호는 이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빠른 발놀림으로 레프트, 라이트, 바디블로우, 그리고 어퍼컷까지 가능한 모든 공격을 퍼부었다. 소호는 주령에게 배운 모든 기술을 동원해 비드윈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비드윈은 단단했다.
비드윈은 자세를 낮추고 강철 같은 가드를 올렸다. 그의 팔과 몸이 철벽처럼 버티며 소호의 주먹을 막아냈다. 소호의 주먹이 비드윈의 가드에 부딪힐 때마다, 그 충격이 링 전체에 울려 퍼졌다. 관중석에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마치 전장의 함성처럼 경기장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비드윈의 표정은 흔들림 없이 견고했고, 그는 소호의 공격을 막아내며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주위의 함성은 더 높아졌고, 관중들의 눈은 두 선수의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었다. 링의 로프는 팽팽하게 당겨졌고, 그 사이에서 두 선수는 마치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소호는 자신의 주먹에 더 강한 힘을 실어 비드윈의 방어를 뚫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비드윈의 가드는 더욱 단단해졌다.
링 위에서 두 사람의 숨소리가 가빠졌고,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며 그들의 치열한 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소호는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으며, 챔피언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긴장감이 극에 달한 그 순간, 링 위의 공기는 마치 멈춘 듯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땡땡땡
1라운드 종료가 되고 두 선수는 각자의 코너로 돌아갔다.
"과연 주흔과 빌리를 이기고도 남을 실력이구나... 과거의 어떤 전적도 없는 놈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와 비등하게 싸울 수 있는 걸까?"
비드윈은 상대의 실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다음 라운드에 사용할 전략들을 고민하고 있었다.
한편, 소호 역시 챔피언과 마찬가지로 상대에 대해 인정하고 있었다.
"역시 챔피언은 다르다. 미세한 틈이라도 찾아보려 애썼지만 보이지가 않는다. 잔재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역시 그 수밖에 없는 건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소호를 보고 코치 브라이언은 무슨 영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땡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종이 울리자마자 챔피언이 작심한 듯 소호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이 같은 상황은 소호가 첫 복싱 경기 때 느꼈던 기분이었다. 첫 상대가 자신을 초심자라 여기고 근접전을 택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챔피언도 결국 자신을 초심자라 여기고 근접싸움을 택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챔피언의 라이트가 날아왔다. 소호는 몸을 아래로 웅크려 라이트를 피하면서 돌진했다. 챔피언의 품안으로 접근하며 어퍼컷을 시도했다. 하지만 챔피언은 이를 예상했다는 듯 몸을 크게 뒤로 젖혔다. 어퍼를 피하며 왼손 레프트를 소호에게 날렸다. 초근접전에서 서로 맞지 않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서로 한 방만 맞아도 경기의 방향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챔피언이 클린치를 시도해 심판이 중재했다.
서로 다시 떨어지자 챔피언이 다시 근접전을 시도했다. 끈질기게 붙고 늘어지는 상황에서 소호는 그의 펀치를 피하고 공격을 시도하는 양상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소호가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챔피언은 그 기회를 틈타 소호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매섭게 공격을 몰아붙였다. 카운터가 특기인 소호임에도 어찌된 일인지 주먹을 뻗지 못하고 가드하는 데 급급했다.
결국 챔피언의 공격이 유효타를 만들었다. 소호의 안면에 정확히 라이트가 꽂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챔피언의 연계기가 소호에게 작렬했다. 평소 같았으면 맞으면서도 어느 정도 흘려보냈을 소호가 이번엔 챔피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다운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챔피언은 소호를 바닥에 눕히지 않을 정도로 공격 템포를 조절하며 가격했다. 중계석이나 관중석에서 보았을 때는 단순히 소호가 가드를 하지 않고 일반 펀치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정도 맞다가 소호가 겨우 코너에서 빠져나왔다.
다시 링 중앙에서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소호의 다리가 풀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깜짝 놀란 소호는 재빨리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중계석과 관중석 모두 급작스러운 소호의 다운에 당황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재빨리 심판의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10, 9, 8...
소호는 처음 겪는 상황에 어찌할 줄 몰랐다. 하지만 카운트가 끝나면 자신은 패배하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7, 6, 5...
"오늘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소호는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리의 떨림이 멈추었다. 그리고 소호는 다시 파이트 자세를 취해 심판에게 경기 재개 의사를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