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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Aug 23. 2024

챔피언 "비드윈"

"강철의 주먹, 차가운 심장: 비드윈의 두 얼굴"

잔상이 남을 정도로 날카로운 펀치, 초근접에서도 유령처럼 주먹을 피하는 현란한 위빙,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움직임과 자유자재로 변환되는 스위치 스탠스. 양손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펀치력과 상대를 철저히 분석해 무력화시키는 맞춤 전략까지. 링 위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과시하는 무적의 현 챔피언, 비드윈.

기자실의 작은 방 안, 류 기자는 비드윈 앞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의자를 조금 앞으로 당겼다. "이번 기사에 실릴 내용 중 일부인데, 당사자가 듣기엔 어떻습니까?" 류 기자는 챔피언 비드윈을 치켜세우며 그의 환심을 사려는 듯 말했다.



비드윈은 잠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내용이네요. '무적'이란 말은 너무 과한 듯하고요. 현재 도전자는 그 강하다는 랭커들을 이기고 올라온 강적입니다. 지면 창피할 것 같군요." 비드윈은 겸손함을 표현하며 한편으로는 약간 부끄러워했다. 그의 눈에는 진심 어린 겸손함이 담겨 있었다.



"비드윈이 진다구요? 하하하, 농담이 심하시네요." 류 기자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기사 소재를 생각하면 새로운 초신성의 등장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긴 하지만, 저는 사실 알고 있습니다. 챔피언인 비드윈 씨의 진면목을 말이죠. 이건 기자로서가 아니라 팬으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류 기자의 눈에는 확고한 신념이 반짝였다. 그런 모습에 비드윈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터뷰의 분위기가 잠시 차분해진 가운데, 비드윈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에게 전달해줬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게 뭐죠?" 류 기자는 비드윈의 진지한 태도에 긴장한 듯 물었다.



"나와의 승부에 임할 때는 전력을 다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류 기자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 전력을 다한 것처럼 보였는데요?"



비드윈은 잠시 침묵하다가, 냉혹한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방 안의 공기가 다시 차분해졌지만, 그의 마지막 말은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류 기자와의 인터뷰를 마친 비드윈은 체육관으로 가기 위해 러닝을 하고 있었다. 도심의 아침 햇살이 거리를 비추는 가운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사내 서너 명이 고함을 치며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지나치던 비드윈은 멈춰서 그들의 대화를 듣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며 다른 남성에게 윽박지르고 있었다. "아 그래서 니가 어떻게 할껀데! 다 변상하라고 없다니까 같은말을 몇번씩 하게 하냐고!"



대화를 듣고 있는 남성은 지친 듯 체념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자세히 보니 경찰도 와서 중재하고 있었지만,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그 사람에게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은 채 거의 방관하고 있었다.



비드윈은 상황을 지켜보며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잘못을 했으니까 소리를 지르고 강한 모습을 보이려 더욱 그런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의 성격은 그런 부조리함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경찰이 자리를 떠나자, 비드윈은 윽박지르던 남성이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기를 기다렸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자리를 뜬 남성을 비드윈은 몰래 뒤쫓아 갔다.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가는 남성을 보고 비드윈은 그 앞에 나타났다.



"뭐야 너는?" 당황한 남성은 태연한 척 말을 걸었다.



비드윈은 차분하게 답했다. "그냥 내가 기분이 나빠."



그 말을 끝내자마자 비드윈은 남성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팼다. 남성은 곧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어두운 골목길엔 다시 고요함이 찾아왔고, 비드윈은 체육관으로 향하는 러닝을 재개했다.



***



다음 날 아침, 체육관에서 훈련 중이던 소호는 비드윈과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챔피언의 인터뷰 내용은 도전자인 소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력을 다하라고? 약해 보였다는 이야기인가?" 항상 전력을 다해서 싸워왔던 소호이기에 그의 메시지는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자신의 경기를 보고 그러한 평가를 내렸다면 상대는 분명 강하다는 걸로 결론이 난다.



즉, 이번엔 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후에 조금 더 기사를 보니 어제 저녁 괴한에게 습격당한 후 중태에 빠졌다는 기사가 짤막하게 있었다. 복싱 생각을 하기도 바쁜데 시선을 끄는 기사에 소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비드윈과의 대결을 앞둔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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