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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건의검 08화

모든것을 삼키는 황금빛

by 대건

하늘이 어두워지고, 공기가 무거워졌다. 대지의 숨결조차 은명을 중심으로 끊어진 듯했다. 건은 여전히 고요한 자세로 서 있었지만, 그 주위에는 마치 세상의 균형이 그를 중심으로 맞춰진 듯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은명은 손끝에서 맹렬히 회전하는 황금빛 구체를 응시하며 천천히 웃었다. 구체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진동하며 점점 커졌다. 그의 손바닥은 드래곤의 힘을 담아 모든 것을 집어삼킬 준비를 마쳤다.


“인간 따위가 내 힘을 견딜 수 있다는 망상을 하고 있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군.”


그는 손을 뻗었다. 황금빛 구체가 폭발적인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대지를 가르고 강물을 뒤엎는 절대적인 파괴였다. 공기가 비명을 지르고,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다. 바위는 먼지로 산산조각났으며, 대지는 구체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깊게 찢어졌다.


그러나 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구체의 중심을 꿰뚫듯 응시했다. 검을 천천히 들어올리는 그의 동작은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마치 자연 그 자체가 움직이는 듯했다.


“천비파천(天秘破天).”


그가 휘두른 검은 은빛의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황금빛 구체를 향했다. 두 에너지가 충돌한 순간, 세상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곧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강물이 하늘로 솟구치고, 대지는 울부짖으며 균열을 일으켰다. 하늘은 찢어지고, 나무들은 재로 흩어졌다.


충격파가 모든 것을 휩쓸었지만, 그 중심에 선 건은 여전히 미동조차 없었다. 그의 주변은 고요했다. 마치 이 세상의 소란이 그의 존재를 피해가듯 평온하기만 했다.


은명은 경악했다. 자신이 쏟아낸 힘이 흔적도 없이 흩어진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입술이 떨렸고, 손끝에서 희미한 떨림이 전해졌다.


“이게… 어떻게…”


건은 차분히 검을 내리며 은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세상을 뒤흔드는 힘이 담겨 있었다.


“이것이 네가 자랑하던 힘인가?”


그 한 마디는 은명의 가슴에 깊은 균열을 냈다. 그의 오만과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그는 무너질 수 없었다. 드래곤의 긍지가 그를 뒤에서 붙잡았다.


“좋다… 네게 내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그의 눈이 금빛으로 타올랐다.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에너지가 주변의 대기를 뒤흔들었다. 하늘은 검게 물들었고, 금빛 번개가 대지를 갈랐다. 은명의 인간의 모습은 서서히 무너지고, 그 안에서 거대한 형체가 드러났다.


“현신(現身)!”


드래곤의 포효가 울렸다. 황금빛 비늘이 태양처럼 빛났고, 거대한 날개는 단 한 번의 퍼덕임으로 강물을 역류시켰다. 산맥은 흔들렸고, 주변의 공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의 금빛 눈동자는 하늘을 지배하는 왕의 위엄으로 빛났다.


“건! 이게 나의 진정한 모습이다!”


하늘은 그의 존재로 뒤덮였다. 그는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입안에서 에너지를 모았다. 금빛 화염이 점점 응축되며 그의 입가를 덮었다. 화염은 단순한 불길이 아니었다. 세상을 지우고 새로 쓰겠다는 의지로 가득 찬 힘이었다.


“이제 모든 것을 끝내주마.”


그는 포효와 함께 브레스를 쏟아냈다.


황금빛 화염은 하늘과 대지를 집어삼켰다. 구름은 그의 화염에 녹아 사라졌고, 강물은 순식간에 증발했다. 바람은 태풍으로 변해 대지를 휩쓸고, 산맥은 갈라지며 울부짖었다. 그의 브레스는 절대적인 힘이었고, 지나가는 자리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화염이 지나간 대지는 거대한 분화구처럼 움푹 파였고, 나무들은 잿더미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바위는 용암처럼 녹아내렸고, 대지는 들끓었다. 하늘은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주변은 죽음의 정적에 휩싸였다.

은명은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폐허가 된 대지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끝났다.”


그러나 그 순간, 연기 속에서 푸른빛이 피어났다. 은명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연기가 걷히며 건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의 발밑만은 화염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대지가 그의 존재를 거부하는 듯했다.

건은 검을 천천히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제 끝난 줄 알았느냐?”


푸른빛이 그의 검 끝에서 일렁였다. 그 빛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세상의 균형과 자연의 흐름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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