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는 물량이 적어 일찍 마치는 날이 많았다. 그 때문인지 몸이 조금 느슨해졌던 걸까. 연휴로 인해 물량이 급증하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두세 통씩 걸려오는 전화도 부담을 더했다.
“언제 오느냐.” “문 앞에 놔달라.”
대부분 이런 내용이었다. 어차피 문 앞에 둘 거면서도 굳이 시간을 묻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업무의 일부인 만큼, 밝은 목소리로 친절하게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며 응대한다. 그럴 때마다 문득 생각이 든다. 이게 정말 내 모습일까. 고객에게 성실하게 응대하는 나와, 점점 피로해지는 내 자신이 어딘가 엇갈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감정이 쌓이면,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신호는 왜 이렇게 길까. 저 새들은 왜 전선 위에만 앉아 있을까. 오토바이는 저렇게 달려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일을 빨리 끝내려면 운전을 더 서둘러야 할까. 내 구역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일까. 다른 사람들은 더 빨리 끝낼까. 집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머릿속이 온갖 잡념으로 가득 차는 순간, 결국 생각은 하나로 귀결된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자.
배송 코스는 이미 몸에 익숙하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손과 발이 먼저 움직이고, 차도 자연스럽게 코스를 따라간다. 매일 같은 길을 반복하다 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 예상치 못한 주소지를 마주할 때면 순간적으로 혼란이 생기고, 그 불확실함이 몸을 긴장하게 만든다. 어디인지 헷갈려도 결국은 찾아내지만, 그 순간 드는 생각은 언제나 같다. 왜 내 구역에는 이런 일이 유독 많을까.
다시금 불만이 고개를 든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늘 올바른 마음가짐을 다잡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마치 내가 투정을 부릴 때까지 일부러 상황이 반대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투정을 부려봤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투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 신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푸른색으로 바뀌고, 배송은 막힘없이 이어졌다. 예상보다 물건도 빠르게 소진되었고, 퇴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만약 처음부터 부정적인 마음을 가졌다면, 오히려 좋은 일만 가득했을까?
이런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문득 한 글귀가 떠올랐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 상황과 이상하리만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로부터 시작된다면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분명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지만, 정작 답을 찾으려 하니 다시 원점이다.
항상 반대로만 되어 온 상황을 역이용해야 하는 걸까?
방법을 알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세상은 내 생각과 반대로만 돌아갈까.
고민...
고민...
고민...
그렇게 고민하던중에 배송이 끝났다. 집에 귀가했다.
거짓말처럼 푸념,잡념,스트레스가 없어졌다.
그래 처음부터 내가 원한것은 퇴근이었던 모양이다.
택배 배달일지 시즌4가 완결되었습니다.
시즌5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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