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휴일이 끝나자, 그동안 밀려 있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평소보다 훨씬 무거워진 하루였다. 346개의 물건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시계를 볼 여유도 없이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렇게 쉴 새 없이 달렸건만, 마지막 물건을 내려놓고 한숨을 돌렸을 때는 이미 저녁 8시였다.
평소라면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배송하는 기사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택배사들도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 곳곳에서, 헤드라이트가 빛나고 바삐 움직이는 택배 차량들이 보였다. 평소엔 보이지 않던 기사들까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 같은 날은 누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몸을 혹사시키고 돌아와 잠든 뒤, 눈을 뜨니 다시 아침이었다. 피로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출근한 터라,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래도 동료들을 만나니 조금은 힘이 났다. 다들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제 몇 시에 끝났어?"
누군가 툭 던진 말에 여기저기서 대답이 나왔다. "4시쯤?" "난 6시." "나는 7시 넘어 끝냈어." 구역마다 종료 시간이 달랐다. 자연스럽게 불만도 터져 나왔다.
"아니, 똑같은 물량이었는데 왜 나는 이렇게 늦게 끝난 거야?"
"진짜 짜증난다. 이런 식이면 손해 보는 건 우리 아니야?"
피곤이 쌓인 탓인지, 사소한 차이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불만과 푸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정작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은 없었다. 구역 배정에 대한 불만도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늘 그렇듯, 같은 불평이 반복되다가 결국 흐지부지 끝나는, 익숙한 패턴이었다.
구역을 둘러싼 갈등은 과연 언제쯤 끝이 날까.
어떤 이는 20년째 같은 구역을 맡아왔고, 또 어떤 이는 남이 그만둘 때마다 조금씩 구역을 정리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최적화를 이루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보게 되어 있었다. 그 피해자는 언제나 새로 들어온 사람들의 몫이었다.
불합리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떠나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웬만하면 버티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금은 다들 참고 있지만, 이 불황이 끝나고 나면 언제든 다시 문제가 터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늘 그래왔듯 이 오래된 관행의 폐해가 또다시 반복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비교하는 일을 멈췄다. 비교를 시작하면, 내가 하는 일이 마치 억지로 해야만 하는 고된 노동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버티기 어려워지고, 더 나아가려는 도전조차 멈춰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적어도 일할 때만큼은 그런 생각을 내려놓고, 되도록 마음을 편히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모든 일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놓고 일한다. 고객의 사소한 요구에도 웬만하면 맞춰주려 하고, 최대한 성실하게 답하려 애쓴다.
결국, 불합리한 관행을 이기는 방법은 성실한 일처리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본질적인 한계를 마주했다고 해서 스스로와 타협하거나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미 공석이 생기면 자리 이동을 요청했고, 그동안 배송 실적에 문제가 없도록 꾸준히 노력해왔다. 구역을 옮기는 데 있어, 실적이 나쁜 사람은 쉽게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고질적인 문제를 세부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필요도 있지만, 팀장조차 이를 해결하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나 역시 선택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묵묵히 버텨왔지만,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만은 없는 법이다
팀원들이 인간적으로 싫은 것은 아니지만, 가끔 구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때면 그 관계마저 신경 쓰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평소에는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누군가 자랑스럽게 "오늘은 일찍 끝났다."는 말을 툭 던질 때면 순간 움찔하게 된다.
아마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자신이 맡은 지역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다들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차이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때로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관계마저 흔들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결국 선택해야 할 날이 오고야 만다. 아직 그 순간이 온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마주하게 될 선택 앞에서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마음속에 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