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내는 하루
2019년에 개봉한 <미안해요 리키>라는 영국 영화가 있다. 영국 택배 기사의 현실을 다룬 영화라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영국 택배 기사 이야기'라길래, 어차피 남의 나라 이야기라 별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이건 그냥 스크린 속 이야기가 아니었다.
영화 속 주인공 '리키'도 우리처럼 '개인사업자'다. '사장'이라는 이름으로 일하지만, 그 이름 아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현재의 방식은 소름 돋을 만큼 우리와 닮아있었다.
배달에 필요한 차량을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 아파서 하루를 쉬려고 해도 결국 내 돈으로 '대체 기사'를 구해야 하는 것, 손에 쥔 단말기 하나에 모든 동선과 시간을 통제당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와 책임은 오롯이 '사장'인 개인의 몫이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 속 리키의 모습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또 내 동료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국적만 영국일 뿐, 그가 처한 현실은 2025년 대한민국을 달리고 있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사실 영화 속 리키의 절박함은 나 자신보다는 내 동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나는 형과 둘이서 일을 나누어 하기에 상대적으로 그 부담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이 있는 동료들의 사정은 다르다. 그들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돈'이라는 족쇄에 묶여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내고 있었다. 입에는 욕지거리를 달고 굳은 인상을 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모습이 그들의 일상이다.
물론 고객과의 통화에서는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매일같이 수십 번씩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반복해야 하는 우리는, 어느 순간 로봇처럼 형식적인 대화를 기계같이 내뱉고 있을 때가 있다. 상대는 그 감정 없는 대답에 불쾌함을 표하기도 하지만, 그런 반응조차 익숙해진 듯 무심하게 통화를 끊어내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런 전화 응대는 스트레스 축에도 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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