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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균형, 삶의 리듬

by 대건

팀을 옮기고 나서 하루의 리듬이 완전히 달라졌다. 물량이 줄어들면서 배송은 오후 두 시면 끝나게 되었고, 덕분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잠깐의 휴식도 가능했고, 커피 한 잔의 여유 속에서 글을 쓰는 시간까지 얻었다. 그렇게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이 팀으로 옮긴 결정을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팀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나는 물량이 줄어든 덕분에 균형을 찾았다고 느꼈지만, 팀에서는 오히려 내가 일을 덜 하며 여유를 부린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누구는 늦게까지 배송을 이어가는데, 나만 일찍 끝내니 마치 혼자 편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구역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말하며,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팀장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충분히 여유 있어 보이는데, 좀 더 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 기류는 분명히 느껴졌다.


그들은 물량을 더 맡아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내가 왜 구역을 늘리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여유 있어 보이니, 욕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면을 알고 있었다. 몇몇 동료들이 자신들의 구역 중 힘들고 까다로운 곳을 정리하려는 속셈이 있었다. 물론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고 구역을 안 받은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지금의 구역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구역을 넓히면 특정 시간대에 반드시 들러야 할 아파트나 단지에 차질이 생기고, 퇴근 시간대와 겹쳐 배송 효율이 떨어진다. 게다가 겨울이 되면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그 부담까지 고려하면 지금이 가장 안정적인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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