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빛도 들지 않는 방구석 한편
일상에 기진하여 방치했던 서랍이
케케묵은 먼지 때문에 호소합니다
피곤에 찌들어 애써 무시하여도
연신 뱉어내는 쿨럭거림에 간신히
뜬 눈을 비비며 부름에 응했어요
소복이 쌓여버린 세월의 흔적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니
잊었던 지난날의 모습이 가득하네요
가쁜 호흡으로 동네를 누비며
지나가는 구름만 바라봐도 웃던
순수한 시절
목표가 분명하며
흘러가는 시곗바늘조차 두렵지 않던
열정적인 시절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열렬히 미워했던
감정적인 시절
지난 시절의 모습에 젖다 보니
차갑게 식어있던 심지(心志)에
작은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나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준 고마움에
새로운 모습을 담을 것을 기약하며
묵묵히 서랍을 닦아냅니다
사진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