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 Oct 07. 2024

빨랫감이 골목마다 걸린 도시, 포르투를 만났다

촌스러움과 투박함, 포르투는 솔직하다


내 인생에서 본 야경 중
‘포르투’를 이길 야경은 없어


포르투, 베를린, 파리와 가까운 곳에 있던 런던까지, 한 주씩 학교를 빠져가며 교환학생의 자유를 누리는 친구들의 입소문은 금방 전해진다.


교환학생에서 여행지를 정하는 일은 그래서인지 어렵지 않다. 금방 포르투를 다녀온 친구가 그곳의 야경을 칭송하는 말을 한두 마디 얹자, 포르투갈의 여행일정에 포르투는 들어가게 되었다.


낮에는 에그타르트가 가득하고, 밤에 낭만이 가득한 도시! 그 정도의 사실들만 익힌 우리는 에그타르트 맛집들을 폰으로 캡처해 두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배낭여행객은 수하물을 찾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든 것은 무거운 배낭뿐. 혹여나 누구를 칠까 배낭을 품 안에 매고 지하철에 앉는다. 넘치는 짐으로 인해 지하철 자리를 전부 차지한 네 명의 대학생은 멍을 때렸다.


레스터에서 런던으로, 런던에서 포르투로의 여정을 끝낸 오후 4시, 체력은 얼마 안 남았지만 우리는 여행객이었다. 여행객의 직업은 관광 그 자체이다.


반나절이라도 관광하겠다는 생각으로 숙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포르투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트램 뒤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화려한 건물들이 보인다. 


하나의 건물의 뒤편은 파란색 타일이고 그 아래 반편은 샛 노란색 페인트이라니. 원색을 칠한 건물들은 창문마저 서로 붙어있다. 귀엽고 촌스러웠다. 우리는 피식 웃으면서 다시 걸음을 옮겨 갔다.





포르투의 첫인상은
아기자기하지만 촌스러웠다.
...
세련된 낭만과는 거리가 있는 도시였다.



우리는 꽤나 충실한 여행객이었다. 여행객은 늘 낯선 장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스를 탈 수 있는 먼 거리를 걷는다. 그리고 걸으면서는 양옆을 오랫동안 살피며 여행지의 풍경들을 눈에 담는다.


그래서인지 현지인의 발걸음은 빠르지만

여행객의 발걸음은 느리다. 


우리 또한 가파른 골목과 색색깔의 집들의 모습들로 새로운 도시를 알아가고 있었다. 여행의 시작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에그타르트 집을 찾아가던 길에

하늘을 향해 시선을 올렸다.

그러자, 파란 셔츠와 그 옆..

보고 싶지 않았던 남의 속옷이 보인다.


그렇다.


포르투에는 골목골목 빨랫감이 걸려 있었다. 셔츠와 청바지와 같은 옷들만 있으면 좋으련만 집에서만 입을 잠옷들과 그뿐이 아니라, 양말과 팬츠 속옷들마저 가닥가닥 걸려있다.


아파트에서만 자란 나는 남의 빨랫감을 볼 일이 없었다. 친구네 빌라에 놀러 가도 옥상에만 걸린 빨래를 볼 일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기 포르투 사람들은 옥상에 걸지 않고 집 앞 창문에, 그리고 창문과 창문 사이 그 골목에 줄을 매어 빨래를 널었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낭만적이라고 칭송했던 포르투의 낮은 그의 쨍한 햇살과 닮아 있어서 그런지 그 어떤 도시보다도 솔직했다.


지루한 일상은 숨기고 멋진 모습만 보이려는 대도시의 소통법과는 달랐다. 


포르투는 초면인 여행자에게도 자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빨랫감이 포르투 사람들의 솔직함을 보여주었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안 꺼낼 수가 없었다.


내 눈에 보이는 옆집 아주머니의 파란색 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앞집 아저씨의 빨간색 축구복과 하얀 면바지를 어서 카메라로 담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남의 빨래를 찍냐고 묻냐는 친구가 물어보았다. 대놓고 카메라를 꺼내서 남의 집 빨래를 찍는 모습을 상상하니 조금 이상하긴 하다. 그럼에도 나는 그 물음에 무심코, 도시의 사랑스러움을 답으로 말했다.


일상적이고 지루한 모습들을 잘 드러내지 못했던 내게, 프로페셔널하고 있어 보이는 모습들만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내게, 포르투의 골목은 솔직함을 드러내도 괜찮다고 속삭인다.


투박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사소한 모습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이 도시에 나는 첫날부터 정이 들었다. 2박 3일의 짧은 포르투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전 01화 배낭여행이 낭만적이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