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것이 언제나 낫다
일찍 시작할수록 좋은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책읽기다. 어릴 적부터 책을 가까이한 사람은 문장을 읽는 속도가 다르다. 글자를 보는 게 아니라 의미를 본다. 한 줄 한 줄 더듬거리며 읽지 않는다. 문장의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쌓인 시간만큼, 생각의 깊이도 달라진다.
두 번째는 경제교육이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잘 써야 잘 벌 수 있는 법이다. 어릴 때부터 용돈을 관리해본 사람과 성인이 되어서야 돈의 가치를 배운 사람은 경제적 선택의 질이 다르다. 작은 소비 습관이 하나하나 쌓여 10년 후 통장 잔고를 만든다. 체화된 경제 감각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주저 없이 옳은 결정을 내리게 한다.
마지막은 운동이다. 어렸을 때부터 근력을 키워두면 나이 들어서도 그 힘이 남는다. 한번 만들어진 근육은 세포가 기억한다. 중간에 운동을 멈추더라도 다시 시작했을 때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는 속도가 빠른 이유다. 20대에 단련한 체력은 40대의 자산이 된다. 30대에 쌓은 근육은 50대의 보험이 된다.
나에게 운동은 수영이다.
30대에 잠깐 배우고 멈췄다가 40대 후반에 다시 시작했으니, 결코 이른 나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늦었을 것이다. 허리 통증으로 일주일에 네 번씩 병원을 찾아야 했고, 진통제 없이는 버틸 수 없던 날들이 있었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점점 무너졌다.
"물속에서는 체중의 10분의 1만 느껴져요. 허리에 무리가 덜 가니 한번 해보세요."
정형외과 의사의 권유였다.
처음엔 25미터도 버거웠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중간에 멈춰 서곤 했다. 하지만 매일 물에 들어갔다. 매일 팔을 저었다. 매일 다리를 차올렸다.
수영을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좋은 점이 많다.
아이들을 보면 안다.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영장에 들어서는 순간 물을 만난 물고기가 된다. 몸이 물을 느끼는 속도가 빠르고, 영법을 익히는 시간도 짧다. 심폐 지구력이 길러지고, 전신 근육이 고르게 발달한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수영만큼 완벽한 운동이 또 있을까.
하지만 늦게 시작해도 괜찮은 것이 바로 수영이다.
나처럼.
매일 수영을 하면서 몸이 달라졌다.
일주일에 네 번 가던 병원을 이제는 두 번만 간다. 허리 통증의 강도도, 빈도도 줄었다. 전혀 없던 척추기립근이 생겼다. 거울 앞에 서면 등 중앙으로 세로로 솟은 근육 라인이 보인다. 처음 그 근육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물론 아직은 내 눈에만 보이는 숨은 근육이지만.
일상이 버겁지 않게 되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뚜벅이 생활을 하며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덜 힘들다.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쉬지 않아도 될 만큼 체력이 올라왔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며 허리를 굽히고 펴는 동작이 수월해졌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때 의자를 짚고 일어서기가 편해졌다. 허리를 굽혀 양말을 혼자 신을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삶에 활기가 돋기 시작했다.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아픈 몸으로 점점 마음까지 우울해지던 시절, 나는 살기 위해 책을 펼쳤다. 소설 속 주인공이 내가 된 듯, 문장 사이에 멈춰 서서 삶을 느끼고 배웠다. 마음의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한 시간 정도 독서를 하면 어떠한 고통도 진정된다"
_몽테스키외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좀 더 독서를 잘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가 인스타그램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브런치북 글쓰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수영으로 몸을 움직이고, 독서로 마음을 채우고, 글쓰기로 생각을 정리한다. 이 모든 것들이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찍 시작하면 좋다.
하지만 늦게 시작해도 괜찮다.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는, 지금 시작하는 것이 언제나 낫다. 나는 40대에 수영을 다시 시작했고, 그 선택이 다가올 50대를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면, 오늘 시작해보면 어떨까.
물도, 책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나뿐 아닌, 우리 모두의 시작을 응원한다.
이미 시작한 것들도.
앞으로 시작할 것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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