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는 기술, 물속에서 배우다

2비트 킥이 알려준 삶의 리듬

by 맛있는 하루
"물은 부드럽고 유순하다. 그러나 바위를 뚫는다."
— 노자, 『도덕경』


고질병 허리디스크가 말썽을 일으켜, 혼자 힘으로는 제대로 걷지 못할 때였다. 어르신 지팡이를 짚고 절뚝절뚝 한 발자국씩 내딛었다. 안 움직이는 몸을 움직이려 애쓰다 보니 온몸에 긴장이 흘렀다. 이를 악물고 어깨에 힘을 주고 웅크리며 기를 쓰다 보니, 어깨 회전근개 파열도 오고 턱관절도 상했다.


정형외과 의사가 말했다.

"온몸에 힘을 빼세요. 힘을 빼야 근육도 이완되고 빨리 나아요."


'누가 그걸 모르냐고요. 몸도 제대로 안 움직이는데 힘 빼는 것까지 제가 스스로 조절이 될까요!'라고 반문하고 싶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각종 주사와 약물 치료로 조금 살 만해졌다. 수영을 하며 기초체력도 올리고 생전 처음으로 몸에 근육이라는 것도 만들어주고 있다. 매일 수영과 함께하다 보니, 인생과 수영의 공통점은 힘을 빼는 것이라는 게 느껴진다. 인생도 수영도 마음대로 안 된다는 점도 닮았다.




처음 수영을 배울 때 2바퀴만 돌아도 지쳤다. 3바퀴를 돌 때면 숨이 가빠지고 다리는 무거워지면서 하체가 물에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너무 힘들어요. 조금만 쉬었다 해요!"


"너무 힘주어 발차기를 세게 많이 해서 그래요. 지난번 가르쳐드린 2비트 킥으로 세 바퀴 다시 갑니다."

수영 강사님이 단호하게 답했다.


그때부터였다. 비트 킥에 집중하며 리듬을 타려고 시작한 건.


비트 킥(beat kick)은 자유형에서 스트로크 1회당 발을 차는 횟수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2비트, 4비트, 6비트로 나뉜다.


ChatGPT Image 2026년 1월 17일 오후 07_30_26.png AI 생성 이미지 활용

2비트 킥은 스트로크 한 번에 발차기를 두 번만 한다. 왼팔-오른발, 오른팔-왼발. 리듬은 느리고 여유롭다. 마치 왈츠를 추듯 물과 대화하는 느낌이다. 체력 소모가 적어 장거리에 유리하다. 추진력은 팔에서 나온다. 발은 균형을 잡아주는 보조 역할이다. 소금쟁이처럼 부드럽게 물 위를 미끄러지는 맛이 좋다.


4비트 킥은 중간 템포다. 팔 한 사이클에 네 번 발차기를 한다. 2비트보다 추진력이 생기고, 6비트보다 덜 지친다. 중거리 수영에 적당하다. 경쾌한 리듬감. 발끝이 물을 톡톡 건드릴 때마다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다.


6비트 킥은 가장 빠르다. 팔 한 사이클에 여섯 번 차는 만큼 순간 폭발력이 크다. 단거리 질주형이다. 다리 근육을 총동원하기에 금방 지친다. 스프린터처럼 온 힘을 쏟아붓는 듯하다.




나는 2비트 킥을 선호한다.


우주 최강 저질체력인 내가 매일 1.5km를 헤엄칠 수 있는 비결이다. 순간 가속은 어렵다. 추진력이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항을 덜 만들기에 물 위를 가르는 맛은 짜릿하다.


물 위를 썰매 타듯 나가며 "니들이 이 맛을 알아?" 하고 외치고 싶다.


속도감을 원한다면? 발차기 대신 손과 팔, 갈비뼈로 물을 잡는다. 쭈욱— 당긴다. 온몸을 이용해 배의 노를 젓듯 가속한다. 손은 물을 받들고, 팔은 물을 눌러 허벅지 뒤로 보내고, 갈비뼈는 몸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상체를 잡아준다.


물속에서 배웠다. 힘을 빼야 더 멀리 간다는 걸.




일상도 그렇다.

매 순간 전력질주하면 금방 녹초가 된다. 중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고, 나머지는 흘려보낸다. 2비트 킥처럼 최소한의 힘으로 균형을 잡는다.


어깨의 긴장을 푼다. 턱을 당긴다. 호흡을 고른다.


힘을 빼는 건 포기가 아니다. 오히려 더 오래, 더 멀리 가기 위한 전략이다.


수영장에서 배운 리듬을 일상에도 적용한다. 급할 때도 2비트의 여유를 기억한다. 물이 바위를 뚫듯,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오늘도 나는 물속에서 힘을 뺀다.


그러면 삶도 물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러워진다.




허리디스크로 지팡이를 짚던 그때, 나는 온몸에 힘을 주며 살았다. 지금은 물속에서 그 힘을 내려놓는 법을 익힌다. 2비트 킥의 리듬처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 멀리.


수영장을 나서며 중얼거린다.

"내일은 6비트로 한번 질러볼까?"


아니다.

내일도 2비트다. 아껴 쓰며 오래 가는 게 내 스타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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