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시작된 나의 감기 방어전
강추위가 지속된다. 한파주의보, 수도 동파 안내, 난방기구 화재 예방 안내. 안전 문자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울린다.
"이번 주부터 완전 춥다는데요. 그래도 우리 빠지지 말고 꼭 와요!"
"추워서 집에 있을까 했더니만, 내가 동생 덕분에 안 빠지고 와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추운 날에는 수영장 물 온도가 따뜻하더라고요."
"그래그래. 우리 절대 빠지지 말자."
"야~~약속!"
강추위가 시작된 월요일, 수영장에는 H언니와 나밖에 없었다. H언니는 물속에서 걷고 뛰고 스트레칭하며 걷기 레인을 담당한다. 나는 수영 레인 담당이고. 서로 다른 레인이고 종목도 다르지만, 옆 레인에 누군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의지가 된다. 물의 찬기도 덜해지는 것 같다.
강추위가 계속되더라도 각자의 레인에서 출석 도장을 찍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정말 수영장 가기 싫은 화요일. 약속한 것이 있어서 꾸역꾸역 기모 내복을 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 정말 추워서 오기 싫었는데 자기랑 한 약속 때문에? 아니 덕분에 왔잖아."
"저도요. 진짜 오기 싫었는데 배신자 될까 봐 왔습니다. 덕분에 또 열수영 했어요."
"우리 내일도 만나~~!!!"
수요일 아침. 으슬으슬. 눈이 뻑뻑하다.
분기별로 한 번씩 찾아오는 몸살 감기, 그분이 오신 것 같다. 한겨울이어도 남향집이라 해가 잘 든다. 어제 오후 따끈하게 데워진 거실 바닥에 아들 녀석이 덥다고 난리를 쳐서 난방을 껐다. 밤늦게 한기가 들고서야 보일러 꺼놓은 게 생각났다. 밤늦게 집안을 데우며 '이러다 감기 걸리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는데, 정말이지 어깨에 으스스한 기운이 몰려왔다.
'전기장판을 고온으로 올리고 하루 종일 누워 있을까? 아, 맞다! H언니!!!'
얼마 전 한의원에서 선물 받은 녹용 경옥고 한 포를 입에 짜 넣는다.
'어디 한번 해보자. 아직 몸살 감기가 제대로 온 건 아니니까! 전쟁 태세에 들어가자. 수비를 제대로 해보자.'
혼자 큰 수영장에서 걸으며 날 원망하실까. 수영장 갈 채비를 단단히 한다. 옷을 수북이 꺼냈다.
기모 스타킹을 신고, 기모 내복 바지를 입고, 남편 족구 양말을 신는다. 위에도 아래도 일단 내복은 두 겹. 니트 두 개, 조끼, 외투, 목도리, 귀도리, 모자, 장갑, 손난로까지 장착 완료!
집 밖을 조심히 나간다. 내가 집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피부가 못 느낄 정도로 꽁꽁 싸맸다. 엘리베이터 속 거울에 눈사람이 하나 있다. 누군가 굴리면 굴러갈 정도로 부피가 커졌다.
데굴데굴 굴러서 수영장에 도착했다.
역시 강추위에 수영장 물 온도는 차갑지 않다. 걷기 어르신이 많은 우리 수영장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물 온도가 높다는 것이다. 컨디션이 좋아 죽음의 뺑뺑이를 도는 날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몸살 기운이 있으니 높은 물 온도가 고마울 따름이다.
수영을 시작하려는데 H언니가 안 보인다.
'오늘은 조금 늦으시나. 일단 자유형을 시작해보자.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열 바퀴만 돌아볼까?'
평소 30바퀴가 기본이지만, 감기와의 전쟁을 치를 에너지는 남겨두어야 하니 소심하게 열 바퀴를 목표로 삼는다.
다섯 바퀴째 돌고 있으니 H언니가 물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인다.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바퀴. 오늘의 목표는 이루었지만 계속 돈다.
열하나, 열둘...... 열다섯....
열 바퀴만 넘어가면 차가운 물이 미지근해진다. 열다섯 바퀴쯤 되면 몸속에서 열이 오른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열일곱 바퀴가 되어도 내 열보다 물의 차가움이 더 빠르게 스며든다.
아! 이러다가는 감기와의 전쟁에서 지겠다!
스무 바퀴째 돌고 멈췄다.
쉬고 서른 바퀴 뺑뺑이를 돌고 나면, H언니의 추임새로 수영을 마무리하게 된다. 평소에 "오늘도 얼굴이 벌겋네"라고 얘기하던 H언니가 내 얼굴색을 통해 수영을 덜 한 걸 알아챈다.
"벌써 다 돌았어? 일찍 왔었어? 다른 날보다 얼굴도 덜 빨간데?"
"네. 오늘 몸살 기운이 있어서 20바퀴만 돌았어요."
"아고. 그럴 땐 무리하면 안 돼. 어여 들어가서 푹 쉬어."
데구루루 눈사람이 되어 집으로 굴러왔다.
쌍화탕 하나를 데워 마셨다. 밥을 먹고 꿀물도 마신다. 몸에 좋다는 액체들로 배가 터질 지경이지만 뱅쇼도 준비해놓는다.
약국 쌍화탕을 데워 마신다. 꿀을 듬뿍 넣은 꿀물도 마신다. 중간중간 미지근한 물로 목을 적셔주고, 목에는 얇은 스카프를 둘러 보온한다. 덧버선을 신어 발을 따뜻하게 하고, 배에는 전기 돌뜸을 올려준다.
내 나름의 감기 방어 루틴이다.
수분 섭취: 조금씩 자주 미지근한 물 마시기
에너지 보충: 꿀, 생강차, 쌍화차 마시기 (감기에 걸리면 소화가 더 안 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으면 바이러스와 싸울 힘이 없다. 따뜻한 국이나 몸에 좋은 차로 기력을 보충하자)
체온 관리: 얇은 스카프/양말 신기, 배에 따뜻한 것 올려주기
청결: 손 씻기, 가글하기, 환기 (춥다고 환기를 안 하면 머리가 더 무겁다. 5분 환기, 잊지 말자)
감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목이 따끔따끔해진다 싶으면 바로 병원행이겠지만, 지금은 아직 으슬한 기운만 감돈다. 이럴 땐 '나만의 감기 극복 팁'으로 슬쩍 넘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겨울철 감기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관리하는 방식에 따라 회복 속도는 정말 달라진다. 잘 먹고 잘 쉬어보자. 빨리 으슬감을 없애보자.
과연 감기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내일은 발걸음 가볍게 수영장에 갈 수 있을까. 다시 평소 리듬을 회복해서 서른 바퀴를 돌 수 있을까.
내일 아침, H언니가 내 얼굴의 빨간색 정도를 확인해주겠지. 그 전까지 나는 경옥고, 쌍화탕, 전기 돌뜸의 힘을 믿어본다.
자, 승부는 내일 수영장 물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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